
선선한 바람이 분다. 주말마다 산과 공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5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친구들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올랐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가을이 왔으니 한번 걸어보자"라는 생각에 왕복 3시간 정도 등산을 했다.
산행 당일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계단을 내려가는데 무릎 안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며칠 쉬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주말에 다시 걸어보니 통증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은 18일 이런 사례를 소개하며, 가을철 갑작스러운 등산이나 걷기로 생길 수 있는 무릎⋯허리 통증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등산이나 걷기는 심폐기능과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평소 운동량이 적었던 중년층이 갑자기 장시간 걷거나 경사가 심한 산을 오르면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이오성 교수는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가을철 야외활동을 갑자기 시작하거나 운동량을 단기간에 크게 늘리면 무릎 관절과 주변 조직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라며 "중년 이후에는 이미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어 자신의 체력과 관절 상태에 맞춰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리막길에서 무릎에 집중되는 부담
등산할 때 많은 사람이 오르막길만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무릎에는 내리막길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실린다. 하산할 때 무릎을 굽힌 상태로 체중을 지탱하면서 내려오면 무릎 주변에 반복적인 충격이 쌓이기 때문이다.
여러 정형외과 전문의도 하산 시 무릎에 걸리는 부담이 오를 때보다 훨씬 크다고 공통적으로 설명한다. 구체적인 배수는 자료마다 다르지만, 내리막에서 무릎이 받는 하중이 평지나 오르막보다 훨씬 크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평소보다 긴 시간 걷거나 경사가 심한 코스를 선택하면 관절에 부담이 커진다. 중년층이라면 처음부터 긴 산행을 계획하기보다 평지 걷기부터 시작해 운동시간과 강도를 서서히 늘리는 것이 좋다.
무릎이 붓거나 특정 동작에서 통증이 반복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단순한 근육통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 며칠간 지속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릎 아픈데 참고 걸어도 될까?"⋯통증은 운동 강도를 낮추라는 신호
그렇다면 산에 오르기 전, 무릎을 지키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먼저 5~10분 정도 가볍게 걷거나 관절을 움직여 몸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걷거나 경사가 심한 코스는 피한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정하고 중간중간 충분히 쉬어야 한다.
신발도 무릎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 발에 잘 맞고 미끄럼을 줄여주는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는다. 특히 하산할 때는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낮춰 무릎에 전달되는 충격을 줄여야 한다.
통증이 생겼다고 무조건 참고 운동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일단 운동량을 줄이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먼저다. 통증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이 교수는 "운동 후 나타나는 가벼운 근육통과 달리 특정 부위의 관절 통증이 반복되거나 붓기, 움직임 제한 등이 동반된다면 관절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년층은 운동하지 않는 것보다 자신의 관절 상태에 맞게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며, 처음부터 무리하지 않는 것이 관절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무릎만큼 허리도 조심⋯배낭 무게·자세도 살펴야
문제는 무릎만이 아니다. 가을철 야외활동에서는 허리 통증도 주의해야 한다. 장시간 걷거나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허리에는 반복적으로 충격이 쌓이고, 무거운 배낭을 오래 메면 허리와 주변 근육에 부담이 커진다.
배낭은 필요한 물품 위주로 가볍게 꾸린다. 양쪽 어깨에 균등하게 메는 것이 좋다. 걷는 동안 허리를 과도하게 앞으로 숙이거나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허리 통증과 함께 다리저림이나 당기는 느낌, 감각 이상 등이 나타난다면 단순한 근육통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통증이 지속하거나 신경 증상이 동반되면 정형외과 등 전문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교수는 "가을철 운동은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현재 몸 상태에 맞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오랜만에 등산이나 걷기를 시작한다면 운동시간과 강도를 조금씩 늘리고, 통증이 반복되면 이를 참고 운동하기보다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에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의 체력에 맞춰 운동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면, 가을 산행은 관절에 부담을 주는 시간이 아니라 몸을 단련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