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4일 (월)

혀 잃어도 다시 말하고 삼킨다⋯서울아산병원, 두경부암 재건수술 2000번째

최근 5년 연평균 130건 이상⋯성공률 약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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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승호,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뒷줄 왼쪽 네 번째, 다섯 번째)를 비롯한 의료진이 9월 10일 열린 두경부암 미세재건수술 2,000례 달성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지난 4월, 구강암 진단을 받은 송 모 씨(남성, 만 50세)는 혀를 통째로 들어내야 했다. 암을 없애는 수술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말하고 삼키는 기능을 되찾기 위한 재건수술이 곧바로 이어졌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오태석·정우식·김영철 교수팀은 한국 최초로 두경부암 미세재건수술 2000례를 달성했다고 14일 밝혔다. 1996년 처음 수술을 시작해 2019년 1000례를 넘겼고, 이후 7년 만에 다시 1000례를 채웠다.

송 씨의 수술도 이 2000례 중 하나였다. 의료진은 송 씨의 허벅지에서 피부와 연부조직, 혈관, 신경을 함께 떼어낸 '전외측미세유리피판(ALT)'과 박근육(허벅지 안쪽의 가늘고 긴 근육)을 결손 부위에 이식했다. 현미경으로 직경 1~2mm에 불과한 혈관을 이어 붙여 이식 조직에 혈액이 통하게 하는 고난도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송 씨는 회복과 재활을 거쳐 다시 말하고 음식을 삼키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왜 재건까지 해야 할까

두경부암 미세재건수술은 2000년대만 해도 연평균 30건 안팎이었다. 최근 5년간은 연평균 130건 이상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병원 측은 성형외과와 이비인후과 두경부암팀을 비롯한 여러 진료과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과 오랜 기간 쌓아온 고난도 수술 경험이 이런 성과를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두경부암은 구강암·인두암·후두암·상악암·하악암 등 머리와 목에서 생기는 암을 통칭한다. 발생 부위와 병기에 따라 예후 차이가 크고, 진행된 경우 치료가 어려워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중증 질환이다. 암을 완전히 없애는 것 못지않게, 잘라낸 조직을 어떻게 복원해 환자의 기능과 삶의 질을 되살리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적절히 재건하지 않으면 말하고 삼키는 기본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남을 수 있고, 얼굴과 목의 형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수술

이런 미세유리피판 재건수술에서 최종우 교수팀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단순히 조직만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기능적 근육 이식까지 함께 시행, 혀의 움직임 자체를 복원하는 방식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왔다. 음식을 삼키는 데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기술은 국제 학회에서도 인정받았다. 최종우 교수는 202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2회 세계미세재건학회에서 '베스트 세이브 어워드'를 받았다. 재발한 구강암 환자를 대상으로 동적 재건과 복합 유리피판,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하악·혀 재건 사례를 발표해 학회 집행진과 참가자 전원의 투표로 선정된 결과였다.

두경부암 수술은 이비인후과 두경부암팀이 5~6시간에 걸쳐 암과 목 림프절을 제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직후 성형외과 재건팀이 이어받아 다시 5~6시간 넘게 재건하는 경우가 많다. 구강 안의 복잡한 3차원 구조를 재현해야 하고, 침이 수술 부위로 새지 않도록 정교하게 봉합해야 해 의료진의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운데)가 9월 9일 두경부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미세유리피판을 이용한 재건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두경부재건성형팀은 이 고난도 수술에서 약 97%의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재건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암을 넓게 잘라내야 하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수술할 수 있게 됐다. 수술 후 식사·의사소통 등 핵심 기능을 회복시켜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종우 교수는 "두경부암 미세재건은 미세혈관을 다루는 수술로 암 제거수술 직후 장시간 이어지는 고난도 수술인 데다, 수술 후 이식한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새벽에도 다시 나와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환자가 다시 말하고 음식을 삼키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성형외과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두경부암 치료와 재건은 어느 한 명의 의사만으로는 결코 완성할 수 없다. 이비인후과 두경부암팀을 비롯해 성형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재활의학과, 치과와 간호팀 등 여러 분야의 의료진이 오랜 기간 함께 만들어 온 팀워크가 있었기에 2,000례 달성이 가능했다. 앞으로도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가 최대한 정상적인 기능과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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