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일본 여성은 어느 날 갑자기 오른쪽 어깨가 뻐근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중년에 흔한 오십견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파스를 붙이고 참고 지냈다. 하지만 닷새 뒤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오른쪽 팔을 바깥쪽으로 아예 들어 올릴 수 없을 만큼 심한 마비 증세가 찾아왔다. 옷을 갈아입거나 머리를 감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어깨 관절이 굳는 오십견이 좀 심해진 탓이라고 믿고 버텼다.
이 57세 여성은 어깨 통증과 마비가 덮친 지 8일째 되던 날, 참다못해 동네 피부과의원을 찾으려다 우측 팔 위쪽 외측에 붉은 물집(수포성 발진)이 무리지어 돋아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어깨 마비의 진짜 원인이 오십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는 단순한 어깨 병이 아니라 대상포진을 강력히 의심했고, 곧바로 이 환자를 대학병원 응급실 및 전문 진료과로 보냈다.
환자는 대학병원에 입원해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어깨를 들어 올리는 삼각근의 근력이 정상의 절반에도 채 못 미치는 40% 수준으로 뚝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는 오른쪽 팔을 스스로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태였다. 목뼈(경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에서는 어깨와 팔의 감각 및 운동을 관장하는 다섯 번째 목 신경, 즉 ‘C5신경’ 주변이 퉁퉁 붓고 염증 반응이 뚜렷이 드러났다. 환자는 녹내장을 앓은 적이 있었으나 이는 최근 증상과는 무관했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피부 발진이 나타나기 전에 어깨 운동 마비가 먼저 들이닥친 ‘분절성 대상포진 마비’라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의료진은 곧바로 아시클로버 정맥 주사 치료에 들어갔다. 또한 두 차례에 걸쳐 고용량 스테로이드(메틸프레드니솔론 펄스 요법) 치료를 했다.
환자는 입원 10일째에 삼각근 근력이 정상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됐고, 극심했던 통증도 씻은 듯 나아 그 이틑날 홀가분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일본 도야마대 연구팀의 이 사례 연구 결과(C5-Predominant Segmental Zoster Paresis Presenting With Right Shoulder Abduction Weakness Before Cutaneous Eruption: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오십견(유착성관절낭염)은 어깨 관절 주머니(관절낭)가 염증으로 굳은 병이고, 회전근개파열은 어깨를 움직이는 핵심 힘줄이 찢어진 병이다. 옆 사람이 팔을 들어 올려줄 때, 걸려서 팔이 올라가지 않으면 오십견이고 아프지만 팔이 끝까지 올라가면 회전근개파열이다.
대상포진은 감각신경절에 숨어 지내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다시 깨어나면서 발병한다. 몸의 한쪽 편을 따라 띠 모양의 붉은 발진과 함께 찌릿찌릿하고 불에 타는 듯한 신경병성 통증이 먼저 찾아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어깨 운동 마비가 피부 발진에 앞서 나타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바이러스가 일으킨 염증이 척수의 전각 세포나 복측 신경근, 주변 운동신경까지 깊숙이 파고들어 근육 마비와 근력 저하를 일으키는 경우를 ‘분절성 대상포진 마비’라고 한다. 이는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약 0.3%~5%에서만 나타나는 신경학적 합병증이다. 초기에는 목뼈 신경근병증, 상완 신경총 병증, 신경성 근위축증 등 다른 정형외과 질병으로 오인되기 쉽다. 이 때문에 정확한 진단 시기를 놓치거나 엉뚱한 치료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 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상포진 진료 환자 수는 매년 약 70만 명~72만 명으로 집계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기준으로 일반인의 평생 누적 유병률은 약 10~30%나 된다. 일생 중 3명 중 1명이 겪는 무섭고 흔한 질병이다. 특히 전체 환자 중 50대와 60대가 약 50%를 차지한다. 남성보다 여성이 약 1.5배~1.6배 더 많이 앓는 다.
분절성 대상포진 마비 환자는 항바이러스제 투여와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약 67%가 운동 기능을 완전히 또는 거의 완벽하게 되찾는다. 하지만 환자의 신경 손상 정도나 방치 기간에 따라 수개월 이상 후유증이나 통증을 겪을 수 있다. 평소와 다른 양상의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팔이 잘 올라가지 않는 마비 증세가 찾아온다면 단순한 오십견으로 무시해선 안 된다.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진단받고 적기에 대처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피부 발진이 생기기도 전에 팔을 못 움직일 수도 있나요?
A1. 네, 드물지만 그렇습니다. 바이러스가 운동을 관장하는 신경근을 감각신경보다 더 먼저 공격하면, 피부에 물집이나 발진이 돋아나기 전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특정 부위의 근력 저하나 마비가 며칠 먼저 찾아올 수 있습니다.
Q2. 대상포진 마비가 의심되면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A2. 병원에서는 목뼈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나 신경전도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진단을 내립니다. 피부에 나타나는 수포의 분포 양상을 살피고, 통증과 마비의 원인이 되는 목뼈 부위의 신경 염증 및 압박 여부를 정밀하게 짚어내려면 이런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어깨 등 신체 부위의 마비 증상이 동반된 대상포진도 완전히 회복될 수 있나요?
A3. 관련 문헌과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환자의 약 67%는 적절한 항바이러스 치료와 고용량 스테로이드 요법, 꾸준한 재활 등으로 운동 기능을 상당 부분 또는 완전히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신경 손상 깊이에 따라 회복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