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암이 림프절까지 번지면 진행성 간암으로 분류돼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등을 이용한 전신치료가 중심이 된다.
이런 환자에게 방사선치료를 시행한 기존 연구들을 종합했더니 약 75%에서 림프절 종양이 줄거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방사선종양학과 임채홍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황수영 인턴, 고려대 의과대학 허세운 학생 연구팀이 림프절 전이가 있는 간암 환자의 방사선치료 결과를 종합 분석했다고 7일 밝혔다.
간세포암 환자의 약 5~7%에서는 림프절 전이가 발생한다. 림프절까지 암이 퍼지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와 마찬가지로 진행성 간암으로 분류된다.
현재 치료의 중심은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처럼 약물을 이용해 몸 전체의 암을 치료하는 전신치료다.
하지만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제한적이고, 전신치료만으로 전이된 병변을 충분히 줄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방사선치료 같은 국소치료를 어느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계속 연구돼 왔다.
12개 연구 825명 분석⋯종양 반응률 75.1%
연구팀은 2024년 4월까지 한국·중국·일본에서 발표된 12개 연구를 모아 림프절 전이가 있는 간암 환자 825명의 방사선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분석에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IMRT), 3차원 입체조형방사선치료(3D-CRT), 정위체부방사선치료(SBRT) 등 여러 방사선치료법을 사용한 연구가 포함됐다.
그 결과 방사선치료 뒤 림프절 종양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크기가 일정 수준 이상 줄어든 경우를 합친 종양 반응률은 75.1%였다.
이 수치가 환자 4명 중 3명이 완치됐다는 뜻은 아니다. 영상검사에서 치료한 병변이 사라지거나 줄어든 비율을 의미한다.
고용량군 반응률 83.8%⋯저용량군 55.6%
방사선량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고용량 방사선치료를 시행한 연구들을 묶어 계산한 종양 반응률은 83.8%였다. 저용량군은 55.6%로, 고용량군에서 더 높은 반응률을 보였다.
다만 이번 결과만으로 방사선량을 높이면 종양이 더 잘 줄어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환자를 고용량군과 저용량군으로 무작위 배정해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주변 정상 장기를 보호할 수 있는 범위에서 충분한 방사선량을 사용하는 전략을 검토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심한 부작용은 비교적 많지 않았다. 3등급 이상의 위장관 부작용은 3.7%, 혈소판 감소증은 4.2%에서 발생했다.
간 주변에는 위와 장처럼 방사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장기가 자리 잡고 있다. 연구팀은 치료 계획을 정밀하게 세워 주변 정상조직에 들어가는 방사선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부작용을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신치료 보완할 방사선치료 가능성
이번 연구가 림프절 전이 간암에서 방사선치료를 처음 제시한 것은 아니다. 실제 진료에서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방사선치료가 활용돼 왔다.
이번 분석의 의미는 한국·중국·일본에서 나온 12개 연구, 825명의 결과를 한데 모아 방사선치료 뒤 림프절 종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방사선량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지를 수치로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렇다고 림프절 전이가 있는 진행성 간암의 치료가 전신치료에서 방사선치료로 바뀐다는 뜻도 아니다. 환자의 간 기능, 간에 남아 있는 원발 종양의 상태, 림프절 전이 범위를 함께 살펴 전신치료와 방사선치료를 어떻게 조합할지 결정해야 한다.
임채홍 교수는 “림프절 전이가 발생한 간암은 환자의 간 기능이나 원발 종양의 조절 상태, 전이 범위 등에 따라 치료 전략을 세심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자에서 방사선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전신치료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방사선치료와 전신치료를 효과적으로 병행해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구체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대한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암 연구와 치료(Cancer Research and Treatment)》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