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4일 (금)

“세균 잡아도 끝이 아니다”… 중증 폐렴·패혈증 막는 새 ‘스위치’ 찾았다

계명대 동산병원·의대 연구팀, 감염 세포의 ‘지질방울’ 억제해 염증성 세포사멸 막는 치료 가능성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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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동산병원 감염내과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공동연구팀 멤버들. 왼쪽부터 백원기 의과대학장, 김진경 교수, 정희정 박사후연구원(미생물학교실), 김현아 교수(감염내과). 사진=계명대 동산의료원.

독성이 강한 폐렴막대균에 감염되면 균 자체뿐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 반응도 문제가 된다.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폐 손상이나 패혈증 등 치명적인 상태로 이어지곤 한다.

국내 연구진이 폐렴막대균 감염이 폐렴과 폐혈증으로 악화되는 ‘중증화 과정’의 핵심 열쇠를 세포 수준에서 밝혀냈다. 이에 따라 기존 항생제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계명대 동산병원 감염내과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공동 연구팀은 중증 폐렴과 패혈증을 일으키는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e)’이 우리 몸속 면역세포를 어떻게 자극해 중증 염증을 유발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감염 환자의 검체에서 추출한 균을 분석한 결과, 균에 감염된 면역세포(대식세포) 내부에는 ‘지질방울(지방 덩어리)’이 급격히 쌓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지질방울을 만들어내는 데 ‘DGAT1’이라는 지방 대사 효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면역세포 안에 지방 덩어리가 쌓이면 세포 내 유해 산소(활성산소)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들이 활성화되면서 결국 면역세포가 폭발하듯 장렬히 전사하는 ‘염증성 세포사멸(pyroptosis)’로 이어졌다. 세포가 파괴되면서 뿜어져 나온 염증 물질들이 주변 조직을 파괴해 병을 중증으로 악화시킨 것이다.

반대로 연구팀이 차단제를 통해 ‘DGAT1’ 효소의 작용을 막자, 면역세포 내 지방 덩어리 축적과 유해 산소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면역세포가 파괴되는 염증성 세포사멸 현상도 크게 완화됐다.

이번 연구는 세균을 직접 죽이는 기존 항생제 치료법에서 벗어나, ‘우리 몸의 대사와 면역 반응을 조절해 손상을 막는’ 차세대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병원 감염내과가 현장에서 얻은 환자 검체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의대 미생물학교실이 정밀한 세포 실험을 통해 답을 찾아낸 ‘임상-기초 융합 연구’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구는 동산병원 감염내과 김현아 교수와 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원기·김진경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미생물학교실 정희정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학술적 성과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해당 연구 논문은 세포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Cell Death Discovery(IF 10.4)'에 게재됐다.

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가 주관하는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연구팀은 향후에도 임상 현장 중심의 기초 공동연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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