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여행 중 귀가 먹먹해지더니 청력이 저하된 22세 여성이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는 추가로 목으로 피가 넘어오는 증상까지 겪게 됐다. 이 여성은 검사에서 비인두암을 진단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아이다 버킨스(22)는 지난해 시카고행 비행기에서 내린 뒤에도 귀가 뚫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목으로 피가 넘어오고, 허리를 약 90도로 숙여야 코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증상까지 나타났다. 청력은 점점 떨어졌고 이명과 피로, 체중 감소도 이어졌다.
1세와 3세 두 아이를 키우는 버킨스는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고도 변화에 따른 증상이 오래가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만 들었다. 수개월 동안 모든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고 귀에서 울리는 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후 한 의사가 출혈의 원인을 찾아냈다. 종괴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을 막고 있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종괴가 암일 가능성을 의심했으며, 아데노이드도 심하게 부어 있어 제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목 왼쪽까지 부어 두 번째 조직검사를 받았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종양이 여러 부위에 넓게 퍼져 있고, 두개골 바닥과 가까운 목 림프절까지 침범한 모습이 확인됐다. 버킨스는 지난 2월 코 뒤쪽과 입천장 뒤편 위쪽의 비인두에서 시작되는 드문 두경부암인 비인두암을 진단받았다. 버킨스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받았고, 종괴는 크게 줄었다. 의료진도 치료 반응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목에 잡히는 멍울부터 코피까지⋯비인두암의 일반적인 신호는?
비인두암은 코 뒤쪽과 목 윗부분이 만나는 ‘비인두’의 세포에서 시작하는 두경부암이다. 비인두는 코 깊숙한 곳에 있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초기 증상도 감기나 중이염과 비슷해 암이 자란 뒤 발견되기도 한다.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비인두암 환자 436명이 새로 발생했다.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은 0.9명으로 비교적 드문 암이다.
대표적인 신호는 통증 없이 만져지는 목의 멍울이다. 비인두 주변에는 림프조직이 풍부해 암세포가 목 림프절로 퍼지면서 멍울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한쪽 귀의 먹먹함과 청력 저하, 이명, 귀 통증도 생길 수 있으며 한쪽 코막힘, 반복되는 코피, 인후통도 주요 증상으로 꼽힌다.
종양이 주변 조직이나 두개골 바닥 쪽으로 자라면 두통, 복시, 얼굴 감각 저하나 근력 약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비염이나 귀 질환처럼 흔한 원인으로도 생긴다. 한쪽 귀나 코의 증상이 계속되거나 목의 멍울이 3주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미국암학회(ACS)에 따르면 비인두암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염장 생선과 고기처럼 소금에 절인 식품을 자주 먹는 식습관, 흡연, 유전적 배경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EBV는 많은 사람이 감염되는 흔한 바이러스지만, 감염자 대부분은 비인두암에 걸리지 않는다. 바이러스 감염만으로 암 발생을 판단할 수는 없다.
비인두암은 내시경과 조직검사로 확진하고 CT나 MRI로 전이 범위를 확인한다. 수술로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방사선치료가 중심이며, 병기에 따라 항암화학요법을 함께 시행한다. 치료 방법은 종양의 크기와 전이 여부, 환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정한다.
한편, 비행기 이착륙 때 귀가 막히는 이유는 기내 기압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중이와 외부의 압력을 맞춰주는 이관이 제때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침을 삼키거나 하품하기, 껌 씹기, 물 마시기가 도움이 되며, 코를 막고 입을 다문 채 코로 숨을 아주 약하게 밀어내는 ‘발살바법(Valsalva maneuve)’도 쓸 수 있다. 너무 세게 하면 고막이나 내이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착륙 후에도 심한 통증이나 청력 저하, 이명, 출혈, 먹먹함이 며칠 이상 계속되거나 한쪽 귀에서 반복되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