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1일 (화)

노루와 ‘쾅’ 교통사고 난 39세男⋯한 달 뒤 얼굴에 고름 찬 이유는?

사고 당시 노루 혈액 등에 노출, ‘야토병’ 진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운전 중 노루와 충돌해 얼굴을 다친 남성이 야토균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의료진은 열린 상처로 노루의 혈액과 체액 등이 들어가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랜싯 감염병(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

운전 중 노루와 충돌해 얼굴을 다친 남성이 한 달 뒤 얼굴과 목 주변에 여러 개의 농양이 생겨 수술까지 받은 사례가 보고됐다. 사고 당시 노루의 혈액과 체액 등이 얼굴 상처에 닿으면서,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등으로 사람에게 옮을 수 있는 '야토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 쾰른대병원 의료진이 국제학술지 《랜싯 감염병(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보고한 증례에 따르면, 이 39세 남성은 운전 중 노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노루는 맞은편에서 오던 다른 차량에 먼저 치인 뒤 남성의 차량 앞유리를 뚫고 들어왔다. 남성은 깨진 유리와 노루의 몸에 부딪히면서 얼굴 여러 곳에 피부가 찢어지는 열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노루의 혈액과 장기에서 나온 체액, 흙 등이 상처에 묻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상처처럼 보였지만 며칠 뒤 예상하지 못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고 8일째 남성은 열이 나는 듯한 증상을 느꼈고, 왼쪽 눈 주변에 병변이 생겼다. 같은 쪽 턱 아래와 목 주변도 붓기 시작했다. 사고 12일째 초음파 검사에서는 목 림프절에 염증이 확인됐다. 의료진이 항생제를 일주일 동안 투여했지만 부기는 오히려 심해졌다.

사고 후 30일째에도 증상이 이어지자 의료진은 다시 초음파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했다. 그 결과 귀밑샘 내부와 주변에 고름이 고인 여러 개의 농양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수술로 농양을 절개해 고름을 빼냈다.

원인은 농양액 검사에서 드러났다. 야토병을 일으키는 균인 프랜시셀라 툴라렌시스(Francisella tularensis)가 검출된 것이다. 의료진은 사고 당시 노루의 혈액과 장기에서 나온 체액, 흙 등이 얼굴의 열린 상처를 오염시키면서 균이 몸 안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원인균을 확인한 뒤에는 야토병에 효과가 있는 항생제인 시프로플록사신으로 치료했다. 처음에는 정맥주사로 투여하고 이후 먹는 약으로 바꿔 모두 21일간 치료하자 증상이 빠르게 호전됐다.

사고 3개월 뒤 농양은 사라졌고 남성의 건강도 대부분 회복됐다. 얼굴에 약간의 당기는 느낌만 남았다.

야생동물 통해 옮을 수 있는 ‘야토병’...피부 상처로도 감염

야토병(野兎病)은 야토균(Francisella tularensis)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야토병'이라는 이름은 이 병의 원인균인 프란시셀라 툴라렌시스가 야생 토끼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주요 숙주로 삼는다는 사실에서 유래했다.

사람은 야토균에 감염된 동물이나 사체를 만지거나, 감염된 진드기나 사슴파리 등에 물렸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거나 균이 포함된 먼지 등을 들이마시는 것도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다. 균은 주로 피부나 점막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오며, 사람 간 전파는 보고되지 않았다.

야토균에 노출된 뒤 일반적으로 3~5일 정도 지나 첫 증상이 나타나지만, 2주 이상 지난 뒤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갑작스러운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관절통, 전신 쇠약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피부를 통해 감염되는 경우에는 균이 들어간 부위에 궤양이 생기고 주변 림프절이 붓는 궤양림프절형이 대표적이다. 피부에 뚜렷한 궤양 없이 림프절만 붓기도 한다. 눈으로 균이 들어가면 눈의 염증과 귀 앞이나 목 주변 림프절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균을 흡입하면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드물지만 치료 늦으면 위험

야토병은 드문 감염병이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균이 몸 안으로 퍼지면 폐렴이나 패혈증과 같은 중증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사망하는 사례도 보고된다.

다행히 적절한 항생제로 조기에 치료하면 예후는 좋은 편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야토병을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할 경우 사망률은 1% 미만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야외 활동 때 진드기나 흡혈 곤충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야생동물이나 동물 사체를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동물의 혈액이나 조직이 직접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물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다면 상처를 깨끗하게 씻고, 이후 발열이나 피부 병변, 가까운 부위의 림프절이 붓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의료진에게 동물 접촉 사실을 알리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사례 보고...제1급감염병으로 관리

국내에서 야토병은 발생 또는 유행 시 즉시 신고해야 하는 제1급 법정감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996년 포항 지역에서 야생 토끼를 요리하던 중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후 2015년에는 경북 지역 어린이에게 폐렴형 야토병이 발생한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으며, 그 뒤로는 추가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

2024년에는 경기 수원에서 20대 남성이 소 생간을 먹은 뒤 복통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여 야토병 의심 사례로 신고되기도 했다. 의료기관 검사에서는 야토균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질병관리청의 최종 확인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판정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야토병은 사람에게 어떻게 감염되나요?
A. 야토병은 감염된 진드기나 사슴파리 등에 물리거나, 야토균에 감염된 동물의 혈액이나 조직이 피부 상처 또는 점막에 닿으면서 감염될 수 있다.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거나 균이 포함된 먼지 등을 흡입해 감염되기도 한다.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Q2. 야토병에 걸리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일반적으로 야토균에 노출된 뒤 발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피로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 경로에 따라 피부 궤양과 림프절 부종, 눈의 염증 등이 생길 수 있으며, 균을 흡입한 경우에는 폐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Q3. 야토병은 치료할 수 있나요?
A. 야토병은 적절한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다. 치료가 늦어지면 중증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은 1%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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