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여행 중 호수에서 수영한 미국의 8세 소녀가 이른바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에 감염돼 숨졌다. 극히 드문 감염이지만 일단 뇌 감염으로 이어지면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치명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러스톤에 사는 릴리안 스마트(8)는 최근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으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릴리안이 세상을 떠난 것은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지 하루 만이었다.
루이지애나주 보건당국은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 루이지애나주 북부 클레이본 호수에서 수영했으며, 이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릴리안은 지난 15일부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가족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의 뇌 손상이 너무 심해 회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뜻한 민물에 사는 아메바...코로 들어가 뇌까지 이동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단세포 생물인 자유생활 아메바의 일종이다. 흔히 ‘뇌 먹는 아메바’라고 불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전 세계의 토양과 따뜻한 민물에서 발견되며 호수나 강, 연못, 온천 등이 대표적인 서식 환경이다. 드물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수영장이나 물놀이 시설, 수돗물에서도 발견된 사례가 있다.
이 아메바가 있는 물이 코를 통해 들어간 뒤 뇌까지 이동하면 원발성 아메바성 수막뇌염(primary amebic meningoencephalitis, PAM)이라는 심각한 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아메바가 뇌 조직을 파괴하고 뇌부종을 일으키면서 빠르게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다만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감염되는 것은 아니며, 사람 간 전파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름철 호수나 강 등 따뜻한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다이빙한 뒤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더운 날씨가 이어져 수온이 높아지고 수위가 낮아진 환경에서 감염 사례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코나 부비동을 씻을 때 아메바에 오염된 수돗물을 사용했다가 감염된 사례도 보고돼 있다.
감염 자체는 매우 드물지만 발병하면 치명률 97% 넘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은 매우 드문 편이다. CDC 최신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37년부터 2025년까지 PAM 감염 사례가 총 180건 확인됐으며, 한 해 발생 건수는 0~8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단 PAM이 발생하면 예후는 매우 좋지 않다. CDC에 따르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로 PAM이 발생한 환자의 97% 이상이 사망했다. 질병의 진행 속도가 워낙 빠른 데다, 감염 사례 자체가 드물어 효과적인 치료법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여러 약물을 조합한 치료가 사용되고 있지만, 생존 사례는 매우 제한적이다.
초기에는 두통과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다른 질환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첫 증상은 노출 후 평균 약 5일 뒤 나타나지만 빠르면 하루, 늦으면 12일 뒤 시작될 수 있다.
이후 병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목이 뻣뻣해지고 혼란이나 주의력 저하, 균형감각 상실, 발작, 환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결국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CDC에 따르면 PAM 환자는 증상이 시작된 뒤 대개 약 5일 만에 사망하며, 사망까지 걸리는 기간은 1~18일로 보고돼 있다.
따뜻한 민물에서는 코로 물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을 예방하려면 따뜻한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물놀이할 때 코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CDC는 따뜻한 민물에서 다이빙하거나 물속으로 뛰어들 때 코를 막거나 코마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온천에서는 머리를 물 밖으로 내놓는 것이 좋으며, 아메바가 서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얕은 물의 바닥이나 퇴적물을 파헤치는 행동도 피하는 편이 좋다.
코나 부비동을 세척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기보다는 증류수나 적절하게 끓였다가 식힌 물 등 안전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2022년 첫 감염 사례 확인
국내에서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 2022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감염이 확인된 환자는 50대 남성으로, 태국에서 약 4개월간 체류한 뒤 같은 달 10일 귀국했다.
남성은 귀국 당일부터 증상이 나타났고, 다음 날 뇌수막염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달 21일 숨졌다. 이후 환자 검체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이 확인됐다.
국내 물 환경에서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된 바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충북대 연구진이 2017년 7~12월 국내 주요 상수원수에서 채취한 52개 시료를 조사한 결과, 6개(11.5%)에서 생존 가능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확인됐다. 주로 여름과 가을에 검출됐으며 겨울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2018년 《미생물학회지》에 발표됐다.
같은 해 전국에서 채취한 원수 92개 시료를 조사해 국제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서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강 시료의 8%, 호수 시료의 12%에서 검출됐다. 다만 연구진이 5개 정수장의 정수처리 과정을 조사한 결과, 정수처리를 마친 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보고된 지역을 여행할 경우 수영이나 레저활동 시 코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코를 세척할 때는 오염되지 않은 안전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있는 물을 마셔도 감염될 수 있나요?
A. 아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은 아메바가 들어 있는 물이 코로 들어가 뇌까지 이동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오염된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감염되지는 않으며, 사람 간 전파도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2.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요?
A. 초기에는 두통과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후 원발성 아메바성 수막뇌염(PAM)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목 뻣뻣함, 혼란, 균형감각 상실, 발작, 환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Q3. 호수나 강에서 물놀이할 때 감염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따뜻한 민물에서 수영하거나 다이빙할 때는 코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속으로 뛰어들 때 코를 막거나 코마개를 사용할 수 있으며, 얕은 물의 바닥이나 퇴적물을 파헤치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코나 부비동을 세척할 때는 증류수나 적절하게 끓였다 식힌 물 등 안전한 물을 사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