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오랜만에 만난 가족·친지들과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시기 쉽다. 술자리 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고 어지럽다면 단순한 숙취로 넘겨서는 안 된다. 평소 심장질환이 없던 사람에게도 폭음 뒤 급성 부정맥이 나타나는 ‘휴일심장증후군(Holiday Heart Syndrome)’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부정맥팀은 추석 연휴를 앞둔 21일 과도한 음주로 발생하는 휴일심장증후군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휴일심장증후군은 평소 심장질환이 없던 사람이 주말이나 명절 등 짧은 기간 평소보다 많은 술을 마신 뒤 부정맥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1978년 《아메리칸 하트 저널(American Heart Journal)》에 처음 보고됐다.
대표적인 부정맥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이 정상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면서 심장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이다. 심방 안에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면 혈전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과식이나 음주 후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답답함, 어지럼증이 동반된다면 뇌졸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급성 부정맥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축제 참가자 10명 중 3명서 부정맥 관찰
한꺼번에 많은 술을 마시는 폭음은 급성 부정맥을 유발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독일 뮌헨대 연구팀은 세계적인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참가자 3028명의 음주량과 심전도(ECG)를 분석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30.5%에서 심방세동을 비롯한 부정맥이 관찰됐다. 연구 결과는 2017년 《유러피언 하트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발표됐다.
한국에선 연휴 직후 심정지 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가톨릭관동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등 국내 의료진이 분석한 결과 휴일 다음 첫 평일의 병원 밖 심정지는 하루 평균 88건으로 일반 평일의 80건보다 약 9% 많았다. 특히 2~4일 이상 이어지는 긴 연휴가 끝난 직후에는 심정지 발생 위험이 최대 10% 높아졌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월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발표됐다.
술 마시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이유
폭음이 심장 박동을 흐트러뜨리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2026년 《미국심장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Cardi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크게 자율신경계 교란, 전해질 변화, 심방 수축 기능 저하 등이 제시됐다.

먼저 알코올과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부교감신경을 억제하고 교감신경을 자극하면 심장의 전기적 활동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술의 이뇨 작용으로 소변 배출이 늘면서 정상적인 심장 박동에 필요한 칼륨과 마그네슘 등 전해질 균형이 깨질 수도 있다. 급성 알코올 노출은 혈액을 내보내는 심방의 수축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도 중요하다. 2025년 국제학술지 《큐리어스(Cureus)》에 발표된 문헌고찰에서는 2시간 이내 5잔 이상 술을 마시는 폭음이 급성 심방세동 발생 위험 증가와 관련됐으며, 하루 6잔 이상 음주하면 부정맥 위험이 최대 2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소화불량인 줄 알았는데⋯이런 증상은 주의

술을 마신 뒤 나타나는 가슴 불편함을 과식이나 소화불량 탓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거나 명치 부근을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생긴다면 주의해야 한다. 통증이 왼팔이나 턱·치아 쪽으로 뻗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심한 어지럼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맥박을 직접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다. 손목에서 맥박을 찾은 뒤 10초 동안 횟수를 세고 6을 곱하면 1분당 맥박수를 대략 계산할 수 있다. 안정된 상태인데도 맥박 간격이 불규칙하거나 분당 맥박수가 일반적인 범위인 60~100회를 크게 벗어난다면 부정맥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심전도 측정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기록을 남기는 것도 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자가 측정만으로 부정맥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흉통·호흡곤란·실신할 것 같은 느낌 등이 동반되면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두근거림은 단순한 증상일 수 있지만 폭음을 했다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증상이 10분 이상 지속된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