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0일 (목)

인체 미생물 연구, 세균·바이러스 넘어 ‘진균’까지 표준화

질병청·복지부 가이드라인 개정…검체 처리부터 유전정보 분석까지 공통 기준 마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은 기존 세균과 바이러스 연구 영역에 진균 연구 영역을 추가했다. 인포그래픽=국립보건원

우리 몸에는 세균만 살지 않는다. 피부와 장, 입, 호흡기 등에는 바이러스와 곰팡이·효모 같은 진균도 함께 존재한다.

그동안 세균과 바이러스에 집중됐던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표준이 진균까지 넓어진다. 연구기관마다 검체를 다루거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방식이 달라 결과에 차이가 생기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간했다고 20일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사람이나 동식물, 토양, 바다 등 특정 환경에 사는 미생물과 이들이 가진 유전정보를 함께 일컫는다. 질병이 생기고 진행되는 과정을 이해하거나 새로운 진단·치료법을 찾는 연구에 활용된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이어 진균 마이크로바이옴인 ‘마이코바이옴(Mycobiome)’까지 표준 연구 대상에 포함한 점이다.

양 적고 DNA 뽑기도 까다로워…진균 연구 왜 어렵나

진균은 장과 피부, 구강, 호흡기 등 여러 인체 부위에서 발견된다. 최근에는 진균이 면역체계나 다른 미생물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여러 질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밝히려는 연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세균에 비하면 연구가 까다롭다. 인체 검체에서 진균은 세균보다 양이 적은 경우가 많고, 단단한 세포벽 때문에 DNA를 충분히 뽑아내는 과정도 쉽지 않다.

검체를 어떻게 채취하고 보관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DNA를 추출했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분석할 유전자 부위를 어디로 정했는지도 영향을 준다.

오염 관리 역시 중요하다. 진균이 적은 검체에서는 환경이나 실험실 시약에서 섞여 들어온 진균 DNA가 실제 인체에 있던 것처럼 검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검체를 분석하고도 연구기관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 운영 가이드라인’ 개정판 표지
사진=국립보건원

검체 처리부터 유전정보 분석까지 공통 기준

질병청은 이런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이번 개정판에 진균 연구의 공통 절차와 기준을 새로 담았다. 검체 처리부터 유전정보 분석까지 연구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목표는 연구기관마다 분석 결과가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고, 서로 다른 기관에서 나온 데이터를 비교하거나 함께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존 지침도 달라진 연구 환경과 분석 기술에 맞게 손봤다. 세균을 다루는 ‘박테리옴(Bacteriome)’, 바이러스를 다루는 ‘바이롬(Virome)’에 마이코바이옴까지 더하면서 인체 미생물 연구의 범위를 넓혔다.

환자의 임상정보와 미생물 유전정보를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기준도 마련했다. 질환이나 치료 정보와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함께 살펴 특정 미생물의 변화가 질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만 특정 미생물이 환자에게 많거나 적다는 사실만으로 질병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식생활과 약물, 생활환경, 면역 상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 골격 사진=국립보건원

2027년까지 499억원 투입…한국인 맞춤 진단·치료 연구 기반 구축

이번 가이드라인은 질병청과 복지부가 202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병원기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사업’의 하나다.

1단계 사업은 2027년까지 5년간 진행되며 총사업비는 499억원이다. 질병청이 245억원, 복지부가 254억원을 투입한다.

병원에서 확보한 임상정보와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함께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한국인에게 맞는 진단법과 치료제 개발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다.

가이드라인은 사업 참여기관뿐 아니라 대학·병원·연구기관에서도 쓸 수 있도록 공개한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관련 학회와 연구기관에 내용을 알리고, 현장의 의견과 기술 변화를 반영해 계속 보완할 계획이다.

채희열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세균에서 바이러스와 진균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연구 결과의 신뢰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화가 중요하다”며 “기관별로 생산한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비교·연계할 수 있는 공통 기준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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