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성급 호텔인 그랜드 조선 제주 호텔에서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그랜드 조선 제주 호텔 전 층에 독한 소독약 냄새가 퍼졌다. 1층 수영장을 청소하던 중 소독약 배합 비율을 맞추지 못해 염소가스가 발생한 것이었다. 투숙객과 직원, 수영장 이용객 등 59명이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을 보여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현장에서 측정된 염소가스 농도는 50ppm에 달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를 운영하는 최훈학 대표이사는 사고 당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사고 발생 직후 해당 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이용객의 안전 확인과 대피 안내 등 조치를 시행했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정확한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장에 있던 투숙객 일부는 "대피하라는 안내가 없었고, 직원들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주장해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영장 소독제, 왜 사고로 이어졌나
수영장 소독에 쓰이는 염소계 소독제는 물속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라 널리 쓰인다. 하지만 이 약품을 정해진 배합 비율대로 쓰지 않거나, 성질이 다른 화학물질과 섞이면 유독한 염소가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산성계 세정제와 염소계 표백제를 함께 쓰면 인체에 치명적인 염소가스가 발생한다. 이번 사고처럼 염소계 소독제 자체의 농도나 배합 비율이 잘못돼도 다량의 가스가 순식간에 뿜어져 나올 수 있다.
이런 사고는 호텔 수영장 같은 대형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화장실 청소에 흔히 쓰는 락스의 주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은 공기와 만나면 염소가스를 내뿜는데, 여기에 변기용 산성 세정제를 함께 붓는 것이 대표적인 사고 유형으로 꼽힌다. 소방청이 지난 8월 발표한 ‘2025 국내 화학사고 통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282건 가운데 상당수가 질산·염화수소·황산 같은 강산성 물질과 암모니아·락스 등을 섞어 쓰다 생긴 사고였다. 밀폐된 화장실에서는 가스 농도가 빠르게 치솟아 수 분 안에 의식을 잃을 수 있다.
메스꺼움부터 호흡곤란까지, 이런 증상 나타나
염소가스에 노출되면 눈과 코, 목 점막이 가장 먼저 자극받는다. 눈물이 나고 목이 따갑거나 기침이 나기 시작하고 농도가 높아지면 메스꺼움과 두통, 어지러움, 구토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심해지면 기도와 폐까지 자극받아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이번 그랜드 조선 제주 사고에서도 피해자 상당수가 메스꺼움과 어지러움, 구토, 두통을 호소했다.
가정에서는 욕실 등을 청소할 때 락스를 주로 사용한다. 이처럼 환기가 잘 안 되는 좁은 공간에 염소가스가 차오르면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더 건강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사고, 이렇게 예방해야
집에서 락스를 사용할 때는 산성 세정제나 변기용 세정제, 암모니아 성분이 든 제품과 동시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창문과 배기팬을 함께 가동해 공기가 흐르게 하고, 락스는 원액으로 쓰지 말고 물에 10배 이상 희석해 사용해야 한다. 온수를 쓰면 락스 분해가 빨라져 가스가 더 쉽게 퍼지기 때문에 희석은 반드시 찬물로 해야 한다.
청소 도중 목이 따갑거나 눈물, 기침이 난다면 그 즉시 작업을 멈추고 바깥 공기를 마셔야 한다. 증상이 가라앉지 않거나 호흡이 힘들어지면 119에 신고하거나 응급실을 찾는다. 호흡기가 예민한 영유아가 있는 집이라면, 세정제를 쓴 뒤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