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760만 명 넘게 본 데 이어 전 세계 흥행수입 20억달러까지 돌파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영화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시리즈에 등장하는 빌런 ‘리저드’의 비현실적인 신체 재생 능력에도 다시 눈길이 쏠린다.
영화 속 재생과 현실의 줄기세포 치료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줄기세포를 많이 배양해 넣을수록 재생 효과도 커질까.
365mc는 20일 이런 질문을 짚은 자료를 내고, 줄기세포를 몸 밖에서 배양하거나 여러 차례 투여할 때 살펴봐야 할 점을 소개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과학자 코너스는 잃어버린 팔을 되살리려고 도마뱀의 재생 능력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을 벌인다. 결국 예상하지 못한 변이가 일어나 자신이 리저드로 변한다.
영화 속 설정과 현실의 줄기세포 연구는 거리가 멀다. 실제 의료·연구 현장에서는 지방이나 골수 등에서 얻은 중간엽줄기세포를 손상된 조직의 회복 등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세포 수 늘었다고 기능까지 좋아지는 건 아냐
필요한 경우 중간엽줄기세포를 몸 밖에서 배양해 세포 수를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세포가 많아졌다고 치료 효과까지 비례해 커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365mc 측 설명이다.
김정은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대표원장은 “배양해 세포 수를 불렸다고 해서 치료 효과까지 높아진다고 단순히 보기는 어렵다”며 “배양액과 배양 기간, 세포를 옮겨 키운 횟수, 동결·보존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365mc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로마 사피엔차대 연구진이 2020년 발표한 지방유래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제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자란 세포 일부를 새 배양 용기로 옮겨 다시 키우는 ‘계대배양’을 거듭할수록 지방유래 줄기세포가 점차 분화하고,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일부 기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환경에서 배양하느냐에 따라서도 세포의 면역조절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직접 투여해 효과를 비교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여러 선행연구를 종합해 배양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세포 변화를 살펴본 논문이다. 따라서 배양을 많이 할수록 실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
두 번 넣자 염증 반응…하지만 사람 아닌 ‘말 실험’
365mc는 줄기세포를 반복 투여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을 살펴본 2017년 텍사스A&M대 연구도 소개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말 18마리를 세 집단으로 나눠 배양한 골수 유래 중간엽줄기세포를 관절에 4주 간격으로 두 차례 투여했다.
자신의 세포를 쓰되 투여 전 마지막 48시간 동안 소태아혈청(FBS) 대신 자가혈청으로 배양해 소 유래 단백질 오염을 크게 줄인 집단,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 다른 개체의 세포를 쓴 집단, 자신의 세포지만 이런 FBS 오염 저감 과정을 거치지 않은 집단에 각각 6마리를 배정했다.
소태아혈청(FBS)은 소 태아의 혈액에서 분리한 혈청으로, 세포가 자라고 증식하는 데 필요한 성분을 공급하기 위해 배양액에 널리 사용돼 왔다. 다만 FBS를 사용해 세포를 배양하면 소 유래 단백질이 세포에 남을 수 있고, 체내 투여 뒤 면역반응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투여 뒤에는 집단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두 번째 투여 뒤 다른 개체의 세포를 쓴 집단과 FBS 제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가세포 집단에서는 관절액 속 염증세포 등을 포함한 ‘유핵세포’ 수가 늘었다. 이 가운데 자가세포 집단에서는 통증 지표도 더 나빠졌다.
연구진은 다른 개체의 세포를 다시 투여했을 때 면역계가 이를 인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배양 과정에서 세포에 남은 소 유래 단백질도 염증 반응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말의 관절에 배양한 골수 유래 세포를 넣은 동물실험이다. 이 결과만으로 사람에게 자가 지방줄기세포를 반복 투여하면 같은 반응이 생긴다고 말할 수 없다.
내 세포라도 ‘어떻게 키웠나’ 따라 달라질까
365mc는 같은 대학 연구진이 2021년 발표한 후속 연구도 제시했다. 이번에는 모두 말 자신의 골수에서 얻은 중간엽줄기세포를 사용하고 배양 방법을 달리했다.
연구진은 말 18마리를 6마리씩 세 집단으로 나눴다. 세포를 키우는 배양액에 자신의 골수 상층액을 넣거나 여러 말에서 얻은 골수 상층액을 섞어 사용했고, 나머지 한 집단에는 FBS를 넣었다. 이후 배양한 자가세포를 관절에 두 차례 투여했다.
FBS로 배양한 세포를 투여한 집단에서는 다른 두 집단보다 관절 주변 부종과 관절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혈청과 관절액을 이용한 시험에서 소 단백질을 인식하는 항체가 FBS로 배양한 세포를 공격해 세포 사멸을 일으키는 현상도 확인했다.
다만 실험 조건을 함께 봐야 한다. 두 번째 세포 투여 때 연구진은 관절에 염증이 생긴 상황을 만들기 위해 지질다당류(LPS)라는 세균 성분도 함께 주입했다. 이때 FBS 배양군에서 통증이 더 심해졌다. 따라서 이 연구를 두고 “FBS로 배양한 자가 줄기세포를 넣으면 사람에게 염증이 생긴다”고 해석하기 곤란하다.
김진옥 모닛셀 연구소장은 “줄기세포의 출처뿐 아니라 어떤 조건으로 배양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양 안 한 내 세포면 무조건 안전?…그것도 아냐
365mc 측은 배양하지 않은 자가세포의 장점도 강조했다. 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면역 불일치가 없고, 장기간 배양하면서 세포 상태가 달라지거나 배양액 성분에 노출되는 일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가 지방에서 얻는 기질혈관분획(SVF)이 대표적인 예다. 다만 SVF를 ‘줄기세포 덩어리’로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지방유래 줄기세포뿐 아니라 섬유모세포와 면역세포, 미세혈관 내피세포, 지방전구세포 등 여러 종류의 세포가 함께 들어 있는 혼합물이다.
배양하지 않은 자가세포라고 해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세포를 어떻게 분리했는지, 어디에 투여하는지, 어떤 질환을 치료하려는지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위험이 달라진다.
배양·증식한 세포도 한국 의료기관이 일반 진료처럼 임의로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가받은 첨단바이오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임상시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치료계획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2월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도를 도입했다. 재생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고 모든 세포치료를 곧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재생의료기관은 임상연구나 치료계획을 심의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승인받은 계획에 한해 첨단재생의료를 시행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중·고위험 치료의 경우 같은 목적·내용의 선행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도 거쳐야 한다.
김정은 원장은 “줄기세포 치료나 시술을 고민한다면 국내에서 허용된 절차인지, 어떤 세포를 사용하는지, 여러 차례 투여해도 안전하다고 볼 근거가 충분한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