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환자에게 빈혈이 생기면 피를 넣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일찍, 많이 수혈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국내 에크모 환자 2020명을 분석했더니 치료 초기 수혈량이 많았던 환자의 사망위험이 높았다.
반대로 수혈받은 환자 중 첫 수혈 직전 헤모글로빈이 낮았던 경우에도 사망위험이 높았다. ‘헤모글로빈이 몇 g/dL이면 수혈한다’는 숫자 하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중환자의료 현장의 딜레마인 셈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주민호 교수(심장혈관흉부외과)와 국립창원대 주슬기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다기관 연구팀은 2018년 1월~2025년 3월 국내 6개 병원에서 '말초형 정맥-동맥 체외막산소공급장치'(VA-ECMO) 치료를 받은 성인 2020명의 임상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중환자의학 국제학술지(‘Annals of Intensive Care’) 최신호에 게재됐다.
VA-ECMO는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위중한 환자에게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동맥으로 되돌려 보내 심장과 폐 기능을 보조하는 치료. 치료 과정에서 출혈이나 빈혈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적혈구 수혈이 흔히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 에크모 치료 초기 적혈구 수혈량이 많을수록 병원 내 사망 위험도 실제로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연관성을 보였다. 수혈하지 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사망 위험은 적혈구 1~2단위 수혈군에서 약 20%, 3~4단위에서 37%, 5단위 이상에서는 48% 높았다. 여러 요인들 보정한 분석에서도 적혈구 수혈량이 2단위 늘어날 때마다 사망 위험이 8% 높아지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수혈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답이라는 뜻도 아니다. 수혈을 받은 환자 가운데 첫 수혈 직전 헤모글로빈이 1g/dL 낮을 때마다 사망위험은 15%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수혈량이 많았던 환자도, 첫 수혈 전 헤모글로빈이 더 낮았던 환자도 예후가 좋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크모 환자의 '수혈을 많이 할수록 좋다’거나 일정 헤모글로빈 수치만을 일률적인 기준으로 삼는 방식으로 단순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 이에 연구팀은 10일 "앞으로 환자별 출혈과 수혈 위험을 예측해 의료진의 임상 판단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과 전향적 검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