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형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미국에서 심혈관 사망과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치료제로도 사용 범위를 넓혔다.
일라이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마운자로를 심혈관 사건 위험이 높은 성인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서 심혈관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낮추는 용도로 추가 승인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터제파타이드 성분은 혈당과 체중을 함께 낮추는 효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용도에 따라 제품이름이 다르다. 마운자로는 제2형당뇨병 치료제 브랜드이고, 같은 성분을 비만·과체중의 장기 체중관리에 사용하는 제품은 ‘젭바운드(Zepbound)’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젭바운드는 비만 성인의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 치료에서도 FDA 승인을 받았다.
마운자로는 흔히 GLP-1 계열 치료제와 함께 거론되지만 작용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식사 뒤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뿐만 아니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까지 함께 자극하는 ‘이중작용제’다. 혈당이 높을 때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글루카곤 분비를 줄이는 한편 음식 섭취와 체중 감소에도 영향을 준다.
심혈관질환 있는 환자 1만3299명 추적
이번 승인의 근거가 된 ‘SURPASS-CVOT’은 터제파타이드가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대규모 임상시험이다.
임상에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높은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을 앓고 있는 제2형당뇨병 환자들이 참여했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 등이 쌓이면서 동맥이 좁아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이 생길 위험이 커진 상태를 말한다.
시험에는 30개국 640개 의료기관에서 모두 1만3299명이 참여했다. 평균 나이는 64.1세였고 당뇨병을 앓은 기간은 평균 14.7년이었다. 참가자들은 마운자로 또는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를 일주일에 한 번 투여받았다. 추적기간 중앙값은 210.1주로 약 4년이었다.
비교 상대가 트루리시티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트루리시티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제2형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사건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이미 입증된 약이다. 효과가 없는 위약이 아니라 심혈관 효과가 확인된 기존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셈이다.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 12.1% 대 13.0%⋯우월성은 입증 못해
FDA 최신 허가자료에 따르면 심혈관 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비치명적 뇌졸중 가운데 하나가 발생한 비율은 마운자로군 12.1%, 트루리시티군 13.0%였다. 위험비(HR)는 0.92였다.
단순히 수치만 보면 마운자로군의 위험이 8% 낮았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마운자로가 트루리시티보다 심혈관 사건을 8% 더 줄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통계적으로 트루리시티보다 효과가 뛰어나다는 ‘우월성’은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마운자로는 미리 정한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심혈관 효과가 이미 입증된 트루리시티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혈당·체중 낮추는 약이 왜 심혈관 위험까지 줄였을까
혈당과 체중에 작용하는 터제파타이드가 어떻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이번 연구만으로 정확한 이유를 가려낼 수는 없다.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 위험은 혈당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비만과 높은 혈압, 이상지질혈증, 인슐린 저항성 등 여러 요인이 오랜 기간 혈관에 부담을 준다.
터제파타이드는 혈당과 체중을 낮추는 동시에 여러 심혈관 위험요인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SURPASS-CVOT에서도 마운자로군은 트루리시티군보다 당화혈색소와 체중이 더 크게 줄었다.
이런 변화가 오랜 기간 겹치면서 심혈관 위험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 약물이 혈관 기능이나 염증 반응 등에 미치는 영향도 심혈관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경로로 연구되고 있다.
다만 혈당 감소와 체중 감량, 혈압·지질 변화 가운데 무엇이 이번 결과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SURPASS-CVOT은 두 약을 투여했을 때 실제 심혈관 사건이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비교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모든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 적용하긴 어려워
이번 결과의 적용 범위도 따져봐야 한다. FDA가 새로 허가한 대상은 심혈관 사건 위험이 높은 성인 제2형당뇨병 환자다. 특히 승인의 핵심 근거가 된 임상시험은 이미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는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
심혈관질환이 없는 모든 제2형당뇨병 환자에게 이번 임상과 같은 정도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
안전성은 지금까지 알려진 마운자로의 특성과 대체로 비슷했다. 두 치료군의 전체 이상반응은 비슷했지만 마운자로군에서는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더 많이 나타났다. 흔한 증상은 구역·설사·구토 등이었고, 주로 투여 용량을 높이는 시기에 나타났다.
이번 FDA 결정으로 마운자로는 제2형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의 심혈관 사망·심근경색·뇌졸중 위험까지 관리하는 치료제로 영역을 넓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