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탈모 치료제에 이어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진’까지 보건의료 현안을 직접 언급하는 ‘핀셋 지시’가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장기간 답보 상태에 있던 현안을 공론화하고 관계 부처를 움직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정책 우선순위가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좌우된다는 인상을 주거나, 심의·허가기관에 대한 사실상의 압력으로 비칠 수 있는 만큼 제도화 과정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이 국내에 정식 도입되지 않아 일부 여성들이 해외 직접구매 등 비공식 경로에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미프진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고, 사고도 나는데 이를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며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약물 임신중지를 허용할 임신 주수를 법률로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여성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의사의 전문적 재량에 따라 판단하는 방안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었지만, 후속 입법과 실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해법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특정 의료정책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그는 탈모가 과거에는 미용 문제로 여겨졌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는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탈모 치료제 급여화는 복지부의 주요 검토 과제로 떠올랐지만, 한정된 건강보험 재원을 탈모 치료에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암과 같은 중증질환의 보장성 확대보다 탈모 급여화가 우선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복지부는 예정했던 대국민 토론회를 취소하고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책이 공식 폐기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논의가 실제 제도화 단계에서는 재정 원칙과 사회적 우선순위에 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미프진 역시 법·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쟁점이 적지 않다. 약물 임신중지를 어느 임신 주수까지, 어떤 조건에서 허용할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판단을 의사의 재량에 맡길 경우, 부작용 관리와 임신중지 실패에 따른 책임이 의료진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용 후 과다출혈, 감염, 불완전 유산 등이 발생했을 때 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관리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 부처가 장기간 풀지 못한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하는 것은 국정 운영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관심이 특정 사안을 정책 우선순위로 끌어올린 이후에도 건강보험 급여와 의약품 허가는 각각 재정 원칙과 과학적 근거, 정해진 심의 절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 대통령의 문제 제기가 논의의 출발점은 될 수 있지만 그대로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탈모 치료제 논의가 대통령 발언 이후 급물살을 탔다가 재정과 우선순위 논쟁을 만나 속도를 늦춘 것처럼, 미프진 역시 관계 부처 검토 과정에서 법적·의학적 쟁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미프진 논의 과정은 대통령의 문제 제기와 전문기관의 판단이 어떤 방식으로 조율되는지 보여주는 ‘핀셋 지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