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중 등에 생긴 작은 발진이 온몸으로 번져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사는 메르사디스 라 카즈(31)는 임신 6개월째였던 2024년 2월, 등 한가운데 붉은 반점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임신 중 생긴 흔한 발진으로 생각했지만, 몇 주 만에 가려운 반점이 등 전체와 몸 앞쪽으로 퍼졌다.
산부인과 의사는 출산하면 발진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곧 증상은 두피와 얼굴, 귀, 목, 입까지 번졌고 피부는 갈라지고 벗겨지기 시작했다. 메르사디스는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뒤덮었다”며 “물이 닿으면 피부가 불타는 것처럼 아파 샤워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고, 매일 울 만큼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의료진은 증상을 줄이기 위한 약을 처방하고 출산 시기를 앞당길 것을 권했다. 제왕절개를 앞두고는 발진이 없는 피부 부위를 찾기 어려워 주삿바늘을 꽂는 데도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척추 주변 피부에 세균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의료진이 제왕절개 시술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메르사디스는 그대로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는 2024년 4월 12일 아들 매버릭 페인을 출산했다.
출산 후에도 피부는 나아지지 않았다. 발진은 계속 붉게 달아올랐고 피부가 갈라지고 벗겨지면서 화끈거렸다. 메르사디스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피부 조직검사를 받은 끝에 ‘전신 농포성 건선(generalized pustular psoriasis)’을 진단받았다.
메르사디스는 같은 해 5월 신시내티대 메디컬센터로 옮겨 정맥주사로 스페비고(Spevigo)를 투여받았다. 첫 번째 투여 뒤에는 변화가 없어 한 차례 더 치료했다. 이후 5월 18일부터 발진이 옅어지기 시작했고, 5월 말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흉터도 남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면 가능한 한 빨리 피부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몸에 고름 물집 번지는 ‘전신 농포성 건선’이란?
국제건선위원회(IPC)에 따르면 전신 농포성 건선은 피부 넓은 부위가 붉어지면서 고름이 찬 작은 물집이 갑자기 퍼지는 희귀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물집 속 고름은 세균 감염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면역반응으로 쌓인 백혈구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흔히 보는 판상 건선과 발병 메카니즘과 증상이 다르며, 기존에 건선을 앓지 않았던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은 피부 통증과 작열감, 가려움, 붉은 발진, 농포, 피부 벗겨짐 등으로 나타난다. 고열과 오한, 심한 피로, 근육통, 관절통, 빠른 맥박이 동반되기도 한다. 염증이 온몸에 퍼지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저알부민혈증, 이차 감염, 심장·신장 기능 저하와 같은 합병증도 생길 수 있어 급성 악화기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위 사연처럼 임신 중 전신 농포성 건선이 나타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임신으로 호르몬과 면역체계가 크게 변하면서, 피부 염증을 조절하는 ‘인터루킨-36(IL-36)’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IL36RN과 같은 관련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은 이런 변화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임신 중 증가하는 프로게스테론과 칼슘·비타민D 수치 저하, 부갑상선 기능 이상도 발병 요인으로 거론된다. 감염이나 스트레스, 일부 약물, 전신 스테로이드의 갑작스러운 중단이 발진을 촉발하기도 한다. 과거 건선 병력이 없는 여성에게도 처음 나타날 수 있다.
임신과 관련된 형태는 과거 ‘포진상 농가진(impetigo herpetiformis)’으로 불렸으며, 현재는 전신 농포성 건선의 임신 관련 아형으로 본다. 주로 임신 후기에 시작해 출산 뒤 가라앉지만 출산 후에도 지속될 수 있으며, 다음 임신 때 더 일찍 재발하기도 한다. 산모의 수분 전해질 불균형과 태반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넓은 발진과 농포, 발열이 나타나면 피부과와 산부인과 진료를 함께 받아야 한다
진단은 피부에 나타난 발진과 농포의 모양, 전신 증상, 병력 등을 종합해 내린다. 피부 조직검사와 혈액검사가 쓰이며, 세균 배양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약물 반응으로 비슷한 농포가 생기는 급성 전신성 발진성 농포증이나 세균성 피부감염 등 다른 질환과 구별해야 한다. 갑자기 넓은 부위에 농포가 번지면서 열이나 오한, 심한 통증, 어지럼증이 함께 나타나면 곧바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증상의 범위와 급성 악화 여부, 나이, 임신 여부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수액과 전해질 보충, 통증 조절, 피부 보습을 시행하고 필요에 따라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 경구 레티노이드, 생물학적 제제 등을 사용한다. 스페비고의 성분인 스페솔리맙은 IL-36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전신 농포성 건선 치료제로 승인됐다.
급성 악화기에는 정맥으로 투여하며 감염 위험과 과민반응 등을 고려해 전문의가 치료를 결정한다. 임신 중에는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제한되므로 산부인과와 피부과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