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섯과 숙성 치즈에 든 천연 성분인 스페르미딘이 나이 든 면역세포를 깨워 백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초기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백신을 세 차례 맞고도 면역 반응이 약했던 고령층에게 스페르미딘을 투여하자 항체 수치와 여러 변이에 대한 중화 활성이 개선된 것이다.
독일 막스 델브뤼크 분자의학센터 면역세포생물학연구실의 카티아 지몬 박사와 영국 옥스퍼드대 너필드 정형외과·류마티스·근골격과학부(NDORMS)의 가다 알살레 부교수가 이끈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국제학술지 《노화세포(Aging Cell)》에 최근 발표했다.
스페르미딘은 사람의 세포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로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밀 배아와 버섯, 파르메산 치즈, 체더 치즈 같은 식품에도 들어 있다. 노화에 따라 체내 스페르미딘 생성량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앞선 연구에서는 스페르미딘이 나이가 들면서 활성이 떨어지는 세포 유지 기전을 도울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 면역체계의 기능이 점차 떨어진다. 감염에 맞서 싸우는 힘이 약해지고 백신에 대한 반응도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면역노화’라고 한다. 고령층은 백신을 맞아도 보호 항체와 T세포가 적게 만들어질 수 있으며, 독감 백신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스페르미딘이 고령층의 백신 면역 반응을 높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65세 이상 건강한 성인 40명을 모집했다. 참여자들은 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을 마친 뒤 13주 동안 매일 스페르미딘 6mg 또는 위약을 복용했다.
연구 결과, 전체 참여자의 약 4분의 1은 백신을 세 차례 맞고도 항체 반응이 매우 약했다. 이들의 면역세포에서는 DNA 손상이 더 많이 나타났고, 세포 노화와 관련된 분자 표지자도 확인됐다. 세포 노화는 손상되거나 늙은 세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체내에 남아 쌓이는 현상이다.
백신 반응이 약했던 참여자 가운데 스페르미딘을 복용한 사람들은 면역 관련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수치가 높아졌고, 여러 변이를 무력화하는 중화 활성도 강해졌다.
스페르미딘을 복용한 참여자에게서는 면역노화와 관련된 표지자가 줄고 자가포식이 증가했다. 자가포식은 세포가 손상된 물질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돕는 자연적인 재활용 과정이다. 연구 기간 스페르미딘과 관련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복용 내약성도 양호했다.
알살레 부교수는 “많은 고령층은 백신에 잘 반응하지만 일부는 여러 차례 접종한 뒤에도 강한 면역 보호 효과를 얻지 못한다”며 “면역세포의 생물학적 노화가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스페르미딘이 이들의 면역 기능 일부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참여자가 40명에 불과해 이번 결과를 확정적인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몬 박사는 “이번 연구는 참여자 수가 비교적 적은 예비 임상시험”이라며 “스페르미딘이 백신 반응을 꾸준히 개선하는지, 계절성 독감 백신을 비롯한 다른 백신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더 큰 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