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전신마취를 받는 동안 의료진은 숨을 제대로 쉬는지 계속 살핀다. 이때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가 혈액 속 이산화탄소 수치다.
가장 정확하게 알려면 동맥에 가는 관을 넣고 피를 뽑아야 한다. 그러나 신생아와 영아는 혈관이 가늘어 관을 넣기 어렵다. 반복 채혈은 혈관 손상이나 빈혈 부담도 키울 수 있다.
한국 연구진이 수술 중 측정되는 여러 생체신호를 활용해, 아이의 호흡 상태를 추가 채혈 없이 가늠하는 길을 열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 김현호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혈액 속 이산화탄소 수치를 추정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제1저자는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박주현 전공의와 고려대 의과대학 조채은 학생이다.
소아 수술 중 내쉬는 숨만 재면 실제 혈액 수치와 차이
현재 피를 뽑지 않고 호흡 상태를 살피는 방법이 있다. 환자가 숨을 끝까지 내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재는 ‘호기말 이산화탄소’ 검사다.
다만 이 수치가 실제 혈액 속 이산화탄소와 항상 같지는 않다. 폐로 들어간 공기와 혈액 흐름의 균형이 맞지 않거나 심장·폐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차이가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내쉬는 숨의 이산화탄소에 체온과 인공호흡기 설정값, 나이, 질환 정보 등을 더했다. 모두 10가지 정보를 AI에 학습시켰다.
소아 3586명 분석…평균오차 23% 감소
연구팀은 공개 수술실 생체신호 자료인 ‘바이탈DB’에 등록된 소아 환자 3586명의 측정값 8853쌍을 분석했다.
바이탈DB 자료에서 AI가 추정한 수치는 실제 혈액검사 값과 평균 2.73mmHg 차이가 났다. 내쉬는 숨의 이산화탄소만 이용했을 때의 평균오차는 3.56mmHg였다. 여러 생체신호를 함께 반영하자 오차가 0.83mmHg, 약 23% 줄었다.
연구팀은 AI 개발에 쓰지 않은 별도 환자 자료로도 성능을 확인했다. 충남대병원 소아 환자 50명의 측정값 92건에서는 평균오차가 3.65mmHg였다. 서울대병원에서 2024년 1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새로 모은 소아 환자 499명의 측정값 2138건에서는 3.67mmHg로 나타났다.
별도 자료에서는 바이탈DB 평가 때보다 오차가 약 0.9mmHg 커졌다. 새로운 환자에게 적용하자 정확도가 다소 낮아진 것이다. 다만 병원과 자료 수집 시기가 달랐는데도 두 검증 집단의 오차는 거의 같았다.
피검사 줄일 수 있을지 더 확인해야
소아 환자의 혈액 속 이산화탄소를 AI로 추정한 시도 자체가 처음은 아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연구진은 2024년 인공호흡기를 사용한 소아 환자 32명의 자료로 비슷한 모델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수술받은 소아 3586명의 자료를 활용하고, 별도의 두 환자 집단에서 다시 시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아직 피검사를 줄일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이번 연구는 이미 쌓인 진료기록을 분석했다. AI를 실제 수술실에서 썼을 때 채혈이나 동맥관 삽입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수술 전 헤모글로빈처럼 혈액검사로 얻는 정보도 AI 계산에 들어간다. 피를 전혀 뽑지 않는 기술이라기보다, 수술 중 피검사를 얼마나 자주 해야 할지 판단하는 보조도구에 가깝다.

김현호 교수는 “동맥혈가스검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동맥관 삽입이 어렵거나 검사를 자주 하기 힘든 상황에서 유용한 보조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진료에 적용하려면 환자에게 직접 사용해 효과를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마취학(Anesthesiology)》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