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7일 (월)

[신간] 인슐린 특허, 왜 단 1달러에 넘겼나…그림으로 읽는 의학 혁명의 뒷면

고려대 의대 유임주 교수 《비주얼 의과학사》 출간…DNA·현미경·MRI 탄생 뒤 질문·경쟁·윤리 조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비주얼 의과학사》 표지 사진=고려대 의대

당뇨병 치료의 역사를 바꾼 인슐린 연구자들은 특허권을 왜 단 1달러에 넘겼을까. DNA 구조 규명에 결정적인 자료를 남긴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공헌은 왜 오랫동안 가려졌을까.

의학의 역사는 위대한 발견만으로 완성되지 않았다. 사소해 보이는 관찰에서 의문이 싹텄고, 과학자들의 경쟁과 실패, 끈질긴 검증을 거쳐 새로운 상식이 만들어졌다.

고려대학교는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유임주 교수가 의과학 발전의 결정적 장면을 그림으로 엮은 《비주얼 의과학사―그림으로 읽는 의과학 혁명의 순간들》을 펴냈다고 21일 밝혔다.

고대 파피루스부터 MRI·줄기세포까지

책은 △몸을 수치로 번역하다 △보이지 않는 원인을 찾다 △몸을 다루는 기술의 시대 △생명의 조절 △생명의 설계도 등 5부로 구성됐다.

출발점은 고대 이집트의 의학 기록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다.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시대를 지나 현미경이 열어젖힌 미생물의 세계로 이어진다.

청진기와 혈압계, X선, MRI가 탄생한 과정도 담았다.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그린 신경세포부터 인슐린과 시험관 아기, DNA·단백질 구조, 암유전자와 줄기세포까지 다루는 범위가 넓다.

책에 실린 그림과 도판은 150여 점이다. 단순히 내용을 꾸미는 삽화가 아니다. 당시 과학자들이 무엇을 관찰했고, 어디에서 의문을 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특허 양도부터 DNA 발견의 그늘까지

책은 완성된 의학 지식을 연대순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견이 나오기 직전 과학자들이 던진 질문과 선택을 파고든다.

인슐린 개발에 참여한 프레더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 제임스 콜립은 인슐린 제조법의 특허권을 토론토대에 각각 1달러에 넘겼다. 민간 기업이 제조법을 특허로 선점해 독점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책은 이처럼 의학의 향방을 바꾼 연구자들의 선택도 짚는다.

영국의 화학자이자 X선 결정학자인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1952년 박사과정 연구원 레이먼드 고슬링과 함께 DNA B형의 X선 회절 이미지인 ‘사진 51’을 촬영했다. 이 사진은 DNA가 나선형이라는 사실을 보여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 핵심 단서가 됐다.

그런데 사진은 프랭클린이 모르는 사이 미국의 분자생물학자 제임스 왓슨에게 전달됐다. 그의 연구가 DNA 구조 규명에 미친 영향도 당시에는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책은 뒤늦게 재평가된 프랭클린의 공헌과 그 과정에서 불거진 연구 윤리 문제를 함께 다룬다.

감염병의 원인을 놓고 맞붙었던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의 경쟁도 소개한다.

새로운 지식은 어떤 질문에서 싹텄고, 가설은 어떻게 검증됐을까. 책은 과학자들이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발견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간다.

유 교수는 “책에 실린 그림들은 당대 과학자들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믿었으며, 무엇을 의심하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의학이 어디에서 출발해 오늘날에 이르렀는지뿐 아니라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한 질문과 사고 과정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가 쓴 의학사

유 교수는 ‘클림트를 사랑하는 해부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에 담긴 생물학적 상징을 해부학자의 시각으로 분석한 연구를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했다. 의학과 예술의 접점을 탐구한 《클림트를 해부하다》도 펴냈다.

1996년 고려대 의대에 부임한 뒤 해부학·조직학·신경해부학·발생학을 연구하고 가르쳐 왔다. 대한해부학회 이사장과 한국현미경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2023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고려대 4단계 BK21 융합중개의과학 교육연구단장을 맡고 있다.

《비주얼 의과학사》는 한겨레출판에서 7월 20일 출간됐다. 452쪽, 정가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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