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3일 (목)

20년 넘게 태워버린 뱃살 지방, 그의 눈엔 보물이었다

지방흡입 전문의 김정은 원장이 지방줄기세포 책을 낸 이유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원장이 6월 24일 '지방줄기세포, 뱃살 속에 숨은 젊음의 비밀' 도서 출간기념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365mc

365mc 김정은 대표원장은 오랫동안 같은 장면을 지켜봤다. 지방흡입 수술이 끝나면 몸에서 나온 인체유래 지방은 예외 없이 소각장으로 향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그 반복 앞에서 그는 질문을 바꿨다. 이 지방, 정말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가 내린 결론은 정반대였다. 지방은 줄기세포와 콜라겐이 가득한 미래 재생의학의 자원이었다. 그는 이런 생각을 최근 책으로 풀어냈다.

정부와 국회도 움직였다. 지난 6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체유래 지방을 재활용 금지 대상에서 빼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책으로 담아낸 반전

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는 6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김 원장이 대표저자로 참여한 책 《지방줄기세포, 뱃살 속에 숨은 젊음의 비밀》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김남철 365mc 대표이사, 김하진 365mc대표원장협의회 회장, 소재용 서울365mc병원 대표병원장, 안재현 글로벌365mc인천병원 대표병원장 등이 공동저자로 함께했다.

현장에는 안티에이징과 재생의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몰렸다. 저자 소개와 사인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이 이어졌다.

김 대표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지방흡입으로 나온 인체유래 지방이 단순 폐기물이 아니라 재생의학의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방줄기세포, 뱃살 속에 숨은 젊음의 비밀' 도서 출간기념회에서 도서 저술에 참여한 365mc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글로벌365mc인천병원 안재현 대표병원장 △(주)365mc 김남철 대표이사 △서울365mc병원 소재용 대표병원장 (왼쪽 아래부터) △365mc 영등포점 손보드리 대표원장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대표원장 △365mc 노원점 채규희 대표원장 △365mc대표원장협의회 김하진 회장. 사진=365mc

6년 만에 열린 문

이 말은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지방 조직은 줄기세포와 함께 다양한 성장인자, 사이토카인을 품고 있다. 세포외기질(ECM)도 풍부하다. ECM은 콜라겐과 각종 단백질로 이뤄진 구조체다. 세포가 자리 잡고 자라날 환경을 만들어줘 조직 재생의 밑바탕이 되는 성분으로 꼽힌다.

그동안 의료폐기물 가운데 태반만 예외적으로 의약품 제조 목적 재활용이 허용됐다. 이번 개정으로 인체유래 지방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와 방법에 따라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과 생산에 쓸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당장 의료 현장에서 지방을 자유롭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관련 규정은 공포 후 1년이 지나야 시행된다. 관계 부처가 채취·보관·가공·활용 과정의 안전성·윤리성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인체유래 지방을 의료 자원으로 쓰자는 논의는 사실 새롭지 않다. 정부는 2020년 '바이오헬스 핵심규제 개선 방안'에서 인체 폐지방 재활용 허용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윤리 문제, 감염 우려, 불법 유통 가능성 등이 지적되며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 통과는 20년 가까이 반복된 논의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커지는 시장, 아직은 이른 기대

산업계도 이 흐름을 주목한다. ECM은 최근 피부 탄력과 조직 재생 환경을 겨냥한 스킨부스터, 창상 피복재, 의료기기 소재 등으로 쓰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한투자증권은 국내 ECM 스킨부스터 시장이 2025년 99억 원에서 2027년 1729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 이는 지방 ECM만의 시장 규모가 아니라 ECM 스킨부스터 전체 전망이다. 여기에 지방 ECM까지 더해지면 시장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관련 기업들도 지방 ECM 제품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화 속도는 법 시행 이후 관리 기준과 원료 확보 체계가 갖춰져야 가늠할 수 있다.

지방 하나 붙잡고 23년

365mc는 2003년 서울 노원에서 문을 연 뒤 비만·지방흡입 한 분야만 파고들었다. 그 결과 국내 최초 병원급 비만 전문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축적이 이번 책의 토대가 됐다.

365mc에 따르면 2014년 지방추출주사 람스(LAMS)를 개발했고, 2017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인공지능 지방흡입 시스템을 선보였다. 2023년 개원 20주년 당시 누적 진료 600만 건, 연 매출 1000억 원을 넘겼다고 발표한 바 있다.

병원 측은 지난해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가 보건복지부의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됐다고도 밝혔다. 이 지정은 재생의료 임상과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설·인력·장비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다. 특정 미용·항노화 효과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신간은 이렇게 쌓인 23년치 지방 연구를 대중 눈높이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지방의 줄기세포 수율과 채취 방식 같은 기초 개념부터 다뤘다. 스킨부스터를 이용한 안티에이징, 가슴·골반 지방이식 생착률을 높이는 임상 적용 사례도 담았다. 탈모나 여드름 개선, 정맥주사를 이용한 체력 관리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사례도 소개했다.

다만 이런 내용은 병원 측이 소개하는 임상 경험과 적용 가능성 수준으로 봐야 한다. 모든 영역에서 대규모 연구로 확립된 표준 치료로 보기는 어렵다.

'지방줄기세포, 뱃살 속에 숨은 젊음의 비밀' 도서 출간기념회에서 365mc 지방줄기세포센터 김정은 원장이 독자에게 사인하고 있다. 사진=365mc

"과학적 근거를 계속 쌓아가겠다"

김정은 원장은 "책에 담긴 내용을 전하고 현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지방 하나만 연구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지방줄기세포의 임상적 가치를 알리면서 과학적 근거를 꾸준히 축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은 여전히 비만과 대사질환의 위험 신호로 읽힌다. 하지만 몸 밖으로 나온 인체유래 지방은 다른 갈림길에 놓인다. 그냥 태워 없앨 폐기물인가, 안전한 관리 체계를 거쳐 연구와 치료 소재로 쓸 자원인가.

법은 문을 열었다. 문턱은 아직 남아 있다. 앞으로의 관건은 효능을 앞세운 기대가 아니라, 채취에서 가공을 거쳐 임상 적용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쌓일 근거와 안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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