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령도에 사는 60대 여성이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 대동맥박리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야간 긴급 이송된 이후 가천대 길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회복, 퇴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백령병원, 인천소방과 연계해 백령도에서 발생한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를 이송·수술해 치료했다고 30일 밝혔다.
환자인 오모 씨(67·여)는 지난 6월 7일 저녁 지인들과 식사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을 느꼈다. 처음에는 체한 증상으로 생각했지만 통증이 계속돼 백령병원을 찾았다.
백령병원 의료진은 즉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했고, 오 씨를 급성 대동맥박리로 진단했다. 대동맥박리는 심장에서 나온 가장 큰 혈관인 대동맥의 안쪽 막이 찢어지면서 혈관 벽이 갈라지는 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위험이 커지는 대표적인 중증 응급질환이다.
백령병원은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고 판단, 소방헬기를 요청했다. 오 씨는 해상과 육상을 거치는 긴급 이송 과정을 거쳐 8일 오전 0시 10분경 가천대 길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환자는 단순 대동맥박리를 넘어 뇌로 향하는 혈관과 복부대동맥까지 박리가 진행된 상태였다. 대동맥판막 역류와 심장 주머니인 심낭 안 출혈도 동반돼 뇌손상이나 심장 기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추승화 교수팀은 환자 상태를 확인한 뒤 심장혈관흉부외과 박철현 교수에게 즉시 연락했다. 박 교수와 마취통증의학과 이지연 교수 등 수술팀은 한밤중에 박리된 대동맥을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대동맥 인공혈관 치환술을 시행했다.
주말 새벽이었지만 응급의학과, 심장혈관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팀이 즉시 움직였다. 환자는 수술 후 회복해 지난 22일 퇴원했다.
오 씨는 “처음에는 체한 줄 알았는데 야간에 육지로 나가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며 “정확하게 진단해 준 백령병원, 빠르게 이송해 준 소방공무원, 한밤중에 치료해 준 길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철현 교수는 “대동맥박리는 발병 후 시간이 생존율을 좌우하는 대표적인 응급질환”이라며 “이번 사례는 백령병원의 신속한 진단과 이송 결정, 소방헬기 이송, 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와 수술팀의 즉각적인 협진이 맞물려 환자의 생명을 구한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뇌혈관 박리와 대동맥판막 역류, 심낭 출혈까지 동반한 매우 위중한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만 치료가 늦어졌어도 소생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도서지역 중증응급환자 진료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한 사례로 평가된다. 도서지역 응급의료의 핵심은 현지 병원 진단, 이송 결정, 권역 의료기관 치료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에서 발생한 중증 심혈관 질환은 환자를 처음 본 의료진이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순간부터 치료가 시작된다.
가천대 길병원은 인천권역 책임의료기관 역할을 맡아 백령도를 포함한 도서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백령병원과 협력하고 있다. 2026년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사업의 하나로 중증응급 이송·전원 및 진료협력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13일에는 백령병원을 방문해 현지 의료진과 간담회를 열고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국내 최초 민관협력 응급의료 전용헬기인 닥터헬기를 운영하며 서해5도를 포함한 의료취약지역 응급환자 이송 체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백령병원과 원격협진 시스템도 운영해 현지 의료진이 중증환자를 진료할 때 전문의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도서지역 주민들이 지리적 한계 때문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응급이송과 진료협력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환자가 퇴원한 이후에도 지역 보건·복지기관에 의뢰해 건강 회복 과정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시작된 극심한 가슴 통증이나 등 통증은 단순 소화불량으로 넘기면 안 된다. 흉통은 근육통처럼 가벼운 원인도 있지만, 대동맥박리나 심근경색처럼 즉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통증이 갑자기 시작되거나 호흡곤란, 식은땀, 실신감이 동반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