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생명공학기업 비리디언 테라퓨틱스가 갑상선 안병증(갑상샘 눈병증) 치료제 ‘룸보아(성분명 벨리그로투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그동안 갑상선 안병증 치료 시장은 암젠의 ‘테페자(성분명 테프로투무맙)’가 사실상 독점해 왔다. 룸보아의 등장은 안구돌출과 복시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희귀 자가면역 안질환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비리디언은 지난 26일 FDA가 성인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룸보아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문의약품 허가 심사 기한인 PDUFA 목표일은 6월 30일이었지만, FDA는 이를 나흘 앞당겨 승인했다. 회사는 승인 직후 미국 시장에 즉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갑상선 안병증(Thyroid Eye Disease, TED)은 갑상선 자가면역질환과 관련해 눈 주변 근육과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눈 뒤쪽 조직이 붓고 커지면서 안구돌출, 눈 통증, 충혈, 눈꺼풀 후퇴, 복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복시는 하나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이다. 외모 변화뿐 아니라 시야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룸보아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차단하는 항체 치료제다. IGF-1R은 갑상선 안병증의 염증과 조직 변화에 관여하는 표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용체 신호를 막으면 눈 주변 조직의 염증과 부종, 안구돌출 같은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같은 표적을 겨냥하는 대표 치료제가 테페자다.
치료 기간 줄이고 복시 개선 효과 강조
비리디언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투여 편의성이다. 룸보아는 12주 동안 총 5회 정맥주사로 투여한다. 회사 측은 테페자가 21주 동안 8회 투여되는 것과 비교해 치료 기간과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맥주사 시간도 룸보아는 30~40분으로, 테페자의 60~90분보다 짧다고 밝혔다.
허가 근거는 두 건의 3상 임상시험이다. 임상에서는 12주 치료 후 15주차 평가에서 안구돌출과 복시 등 주요 증상 지표가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게 개선됐다. 비리디언은 상당수 환자에서 첫 투여 후 안구돌출 완화가 관찰됐고, TED에서 흔히 동반되는 복시 개선 효과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룸보아가 활성 및 만성 갑상선 안병증 환자 모두에서 복시 반응과 복시 완전 해소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를 보인 첫 승인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복시는 운전, 독서, 업무, 보행 같은 일상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증상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안구돌출 완화뿐 아니라 복시 개선 여부가 치료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고가 치료 시장 경쟁 본격화…테페자도 피하주사 제형 개발
치료 비용은 고가로 책정됐다. 룸보아의 가격은 체중 75kg 성인 환자를 기준으로 도매가가 치료 과정당 45만 달러, 약 6억9000만 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5회 투여하는 룸보아의 전체 치료 비용이 8회 투여하는 테페자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암젠도 투여 편의성을 앞세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암젠은 2023년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를 278억 달러, 약 42조80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테페자를 확보했다. 테페자는 2020년 승인 이후 갑상선 안병증의 첫 FDA 승인 치료제로 시장을 열었다.
현재 암젠은 테페자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을 통해 병원 내 정맥주사 중심의 투여 방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중등도~중증 활성 갑상선 안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시험에서 기존 정맥주사와 비교 가능한 성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비리디언도 별도의 주사제 후보물질 ‘엘레그로바트’를 개발하며 후속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허가는 갑상선 안병증 치료 시장이 테페자 단일 제품 중심에서 복수 치료제 경쟁 구도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 기간, 투여 횟수, 증상 개선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만큼 실제 처방 현장에서 두 약제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