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시력 검사 결과가 정상이어도, 사물의 배경과 밝기 차이가 작은 물체나 글자를 똑똑히 구별하는 눈의 능력인 ‘대비감도’가 낮으면 낙상이나 교통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미국 건강노화 추세 연구(NHATS)’에 참여한 65세 이상 남녀 4475명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글자의 명암을 구별하는 능력인 대비감도가 기준치(1.60 logCS) 이하로 떨어지면, 나이 든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시력 장애를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대비감도 검사는 16단계(총 8줄)로 이뤄지며 기준치에 미달하면 약 11단계(6줄)까지만 눈으로 볼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비감도가 기준치(1.60 logCS)보다 0.1단위씩 낮아질 때마다 1년 뒤 얼굴 인식, 인쇄물 읽기, TV 시청 등에 어려움을 겪는 시력 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12%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시력 검사는 흰색 배경에 검은색 글자를 써서 높은 대비를 이루며, 이 때문에 노화로 인한 미세한 시력 변화를 놓치기 쉽다.
이 연구 결과(A Clinically Relevant Threshold of Impaired Contrast Sensitivity Among Older US Adults)는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저널 안과학(JAMA Ophthalmology)》에 실렸고 영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소개했다.
의학에서 대비감도(Contrast Sensitivity)는 눈이 사물과 배경 사이의 작은 명암 차이를 얼마나 잘 구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각종 사물과 배경 간의 명암 차이를 분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암 차이(대비 역치)를 뒤집은 수치(역수)의 값이다. 대비감도(단위 logCS) 수치가 높으면 아주 미세한 명암 차이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좋은 눈이라는 뜻이다.
대비감도 수치는 0.00(하한)에서 2.30(상한) 사이의 범위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1.65~2.00 사이의 값을 정상으로 본다. 이번 연구에서는 노인이 일상 생활에서 안전을 위협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대비감도로 1.60 logCS가 제시됐다.
대비감도는 초기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등을 앓거나 라식·라섹 같은 레이저 시력 교정 수술을 받은 뒤에도 많이 저하된다. 시력 검사표상으로는 시력이 좋게 나와도, 눈 본연의 기능이 뚝 떨어져 일상 생활에서 불편을 겪게 된다.
대비감도가 낮으면 평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해질 무렵이나 흐린 날 밖에 나가 보도블록의 고르지 못한 표면이나 계단 턱이 배경과 구분되지 않아 발을 헛디딜 수 있다. 저녁에 운전할 때 중앙선이나 차선이 도로 바닥의 색상과 잘 구별되지 않아 긴장된다. 야간에 마주 오는 차량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면 눈이 심하게 부시고, 불빛이 지나간 후 주변 사물을 다시 분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명이 조금만 어두워도 신문이나 약병의 작은 글씨를 읽기가 매우 힘들다.
이 때문에 낙상 등 사고를 당하거나 교통사고를 낼 위험이 높다. 정상 시력과 함께 대비감도를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까닭이다. 대비감도가 낮은 원인을 일찍 밝혀내, 적절히 치료받거나 안경 렌즈를 바꿔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나이가 들면 왜 대비감도가 떨어지나요?
A1. 노화가 진행되면서 눈 안의 수정체가 탁해지거나 망막과 시신경의 기능이 자연스럽게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백내장이 시작되거나, 녹내장, 황반변성 등 초기 안과 질환이 있을 때 대비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Q2. 대비감도가 떨어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A2. 해질 무렵이나 어두운 조명 아래서 계단 턱을 잘 보지 못해 발을 헛디디거나, 야간 운전 시 차선과 보행자가 잘 구별되지 않는 증상이 대표적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약병의 안내문이나 신문을 읽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안과 정기 검진을 받을 때 일반 시력 검사와 대비감도 검사를 함께 요청해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원인 질환을 일찍 발견해 치료하거나 안경 렌즈를 적절히 교체하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3. 안과에 가면 대비감도 검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A3.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이번 연구에서도 활용된 ‘펠리-롭슨 시력표’ 검사입니다. 일반 시력표와 달리 모든 글자의 크기가 같지만,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글자 색상이 진한 검은색에서 점차 아주 옅은 회색으로 흐려집니다. 환자가 어디까지 흐린 글자를 구별해 읽을 수 있는지에 따라 점수(logCS)를 매깁니다. 최근에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흐릿한 줄무늬나 글자를 띄워 측정하는 디지털 정밀 장비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검사 시간은 몇 분 걸리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