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0일 (월)

아픈 부위로는 간염·간암인데…20대男, 충수염 진단이라니?

“오른쪽 윗배 아프면, 간염·간암·담석증·담낭염…오른쪽 아랫배 아프면 충수염”이 상식/선천적으로 충수 끝 돌기가 위로 뻗어 ‘간 아래쪽’ 위치…터지면서 윗배 통증 초래한 이례적 사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젊은 남성이 복부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오른쪽 윗배가 심하게 아픈 20대 남성이 한참 진행된 간암이나 간염, 간농양, 담석증, 담낭염 등으로 의심받았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뜻밖에도 충수염 환자로 밝혀졌다. 오른쪽 아랫배에 있어야 할 충수가 위로 뻗어 간의 아래쪽, 즉 오른쪽 윗배에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일종의 선천성 기형 탓이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수염(맹장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오른쪽 아랫배의 통증이다. 오른쪽 윗배에 심한 통증을 호소한 20대 남성이 한참 진행된 간암이나 간염, 간농양, 담석증, 담낭염 등으로 의심받았으나 정밀 검사 결과 충수염 환자로 밝혀진 드문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포르투갈 비제우 지역병원 정형외과·외과 연구팀에 의하면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24세의 이 남성은 어느 날 아침부터 시작된 오른쪽 윗배의 쥐어짜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오한, 연이은 구토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연구팀은 환자의 극심한 ‘오른쪽 윗배’ 통증으로 미뤄 보아, 간과 관련된 병을 강력히 의심했다. 오른쪽 윗배는 해부학적으로 간과 쓸개가 위치한 곳이어서, 이 부위의 통증은 간 질환의 전형적인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는 뜻밖이었다. 간이나 담낭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반면, 통상 오른쪽 아랫배에 있어야 할 충수(맹장 끝 돌기)가 정상인보다 훨씬 길게 위쪽으로 뻗어 있었다. 이로 인해 충수의 끝부분이 오른쪽 아랫배가 아닌 ‘간 아래쪽’까지 깊숙이 올라와 있었다. 이 상태에서 충수에 염증이 생긴 뒤 터지는 바람에 환자의 통증이 간이 있는 오른쪽 윗배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즉시 환자를 수술실로 옮겨 복강경을 이용한 응급 충수 절제술을 시행했다. 당시 환자의 충수는 간 바로 밑에 딱 붙은 채 퉁퉁 부어올라 터지기 직전이었다. 연구팀은 주변의 간 조직이나 담낭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염증이 생긴 충수를 안전하게 잘라냈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술 후 윗배를 찌르던 환자의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다음 날부터는 물을 마시고 걷는 등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항생제 투여와 상처 부위 소독을 마친 환자는 입원 4일째에 아무런 합병증도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퇴원 후 2주 뒤에 진행된 외래 추적 관찰에서도 수술 부위가 깨끗하게 잘 아물었으며 예후도 매우 좋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Subhepatic Appendicitis: A Diagnostic Challenge Presenting as Acute Right Upper Quadrant Pain)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사례는 통증이 발생한 부위만 보고 특정 병으로 섣불리 단정했다간 자칫 진단이 늦어져 치명적인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충수염은 대장과 소장이 만나는 부위에 돌출된 10cm 미만의 주머니인 충수돌기 입구가 막히면서 시작된다.

딱딱하게 굳은 대변 덩어리나 이물질, 염증성 림프 조직 등으로 입구가 막히면, 충수 내부에 압력이 생기고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세균이 증식하며 괴사와 천공(구멍)을 초래한다. 처음에는 명치와 배꼽 주변이 아프다가 통증이 점차 충수가 있는 부위로 옮겨간다.

한국인에게 충수염은 대단히 흔한 병에 속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충수염 수술을 받는 환자는 연간 약 8만~9만 명이나 된다. 주로 10대에서 30대 사이의 젊은 연령층에서 많이 발병한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노인 환자의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충수염 치료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다. 국내외 의학계 연구에 따르면 천공이나 농양이 없는 단순한 초기 충수염은 항생제 처방만으로 응급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통증이 오른쪽 윗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면 반드시 간 및 담낭 질환과 충수염을 감별해야 한다.

오른쪽 윗배에 통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병인 담낭염이나 담석증은, 통증이 오른쪽 어깨나 등 뒤쪽까지 뻗치는 방사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통증이 심해진다. 간농양이나 간염은 극심한 피로감과 오한, 피부나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세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가 종양이 커져 간을 둘러싼 막을 압박할 때 비로소 묵직한 둔통을 일으킨다.

이에 비해 간 아래쪽에 숨은 충수염은 황달이나 오른쪽 어깨 방사통 대신, 통증 부위가 갈수록 칼로 찌르는 듯 뚜렷해지고 눌렀다 뗄 때 배 전체가 울리는 복막 자극 증상을 초래한다. 통증 부위가 윗배이더라도 설사, 구토와 함께 열이 나고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진다면 이 환자처럼 장기 변이에 의한 충수염일 가능성이 있다. 복부 CT 검사 등을 받아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맹장염(충수염)은 원래 오른쪽 아랫배가 아픈 병인데, 오른쪽 윗배가 아플 수 있나요?

A1. 충수는 오른쪽 아랫배에 있으니 그 부위가 아픈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장기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변이가 생겨 충수가 간 바로 밑인 오른쪽 윗배까지 길게 뻗어 올라간 사람은 다릅니다. 그런 경우 충수가 있는 오른쪽 윗배가 아픕니다. 이 때문에 간·쓸개와 관련된 병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Q2. 오른쪽 윗배가 아플 때 일반적인 간 질환이나 담낭염과 이번 사례의 충수염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A2. 단순히 환자가 느끼는 통증 부위나 증상만으로는 전문의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혈액 검사로 염증 수치나 간 수치를 확인하고, 복부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영상 의학 검사를 시행해야 알 수 있습니다. 영상 검사로 통증이 오는 그 부위에 부어오른 충수가 있는지, 아니면 간이나 담낭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3. 진단이 늦어져서 간 아래쪽에 있는 맹장이 터지면 어떤 위험이 생기는지, 수술이 더 힘들어지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A3. 그런 경우 더 위험하고 수술도 복잡해집니다. 맹장이 터지면 염증과 고름이 주변 장기로 흘러나오며, 간 아래쪽에서 터지면 간 표면이나 담낭, 위장 주위까지 염증이 급격히 번질 수 있습니다. 이는 심각한 복막염이나 횡격막 아래 농양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수술 때에도 염증 탓에 충수가 간 조직이나 주요 혈관에 심하게 들러붙어 이를 떼어내고 세척하는 과정이 훨씬 더 까다로워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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