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배하며 32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한국은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로 이겼지만, 멕시코와 남아공에 잇따라 0-1로 패했다. 조별리그를 1승 2패로 마친 한국은 다른 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경기 결과의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온라인에서는 뜻밖의 논쟁이 번졌다. 공격수 조규성의 경기 후 인터뷰 사진을 두고 브라질의 한 X 이용자가 한국의 미백 문화와 연결해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일부 해외 이용자들은 이를 ‘화이트워싱’ 논란으로 받아들였고, 한국과 동아시아 이용자들은 “선수의 그을린 피부 사진을 근거로 한국 문화를 싸잡아 단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인 피부 동경하는 한국인들?
사건 개요는 이렇다. 멕시코와의 2차전에 교체 출전한 한국 공격수 조규성(28·FC 미트윌란)은 경기 후 한국 매체와 인터뷰에 나섰다. 잘생긴 외모 덕에 평소 다양한 글로벌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그였기에, 이번 인터뷰 장면 역시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브라질의 한 ‘X(구 트위터)’ 이용자는 “한국인들의 원래 피부색도 충분히 아름답다. 왜 그들이 백인처럼 하얗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게시물을 남겼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조규성의 피부처럼 원래 한국인들의 피부는 그렇게 하얗지 않은데, 다양한 화장법과 미용 제품을 통해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해당 게시물은 1081만 회의 조회수와 11만2000여 건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남미 이용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 화장품 판매처(올리브영 등)에는 미백 기능 위주의 제품들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는 외국인 방문객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한국인들은 “자외선에 타서 피부색이 어두워진 운동선수 사진을 이용한 악질적인 프레임 씌우기”, “특정 국가의 미의 기준을 외국인이 폄하할 필요 있나”는 등의 반박 댓글을 달기도 했다.
화이트워싱, 왜 민감한 주제일까
남미인들이 이토록 한국인들의 피부색에 민감한 이유는 화이트워싱 때문이다. 화이트워싱이란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이 자기 인종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우고, 백인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을 의미한다. 원작 만화에서 유색인종이 맡은 캐릭터를 실사 영화에선 백인 배우로 교체하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의도적인 화이트워싱은 국제 사회에서 인종차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이 흰 피부이며, 유색인종의 피부는 미(美)와는 거리가 있다는 신념을 반영한 행동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아이돌들이 무대 화장이나 예능 출연용 메이크업을 지나치게 하얀색으로 받는 것 역시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K-팝의 인기가 높은 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선 언론까지 나서 화이트워싱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는 조규성이 원래 피부가 하얗기로 유명한 축구선수라는 점이다.

과거 훈련 중 공개된 그의 사진을 잘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팔·다리 등은 자외선 영향으로 피부색이 어둡다. 반면 허벅지나 팔뚝 안쪽, 배 등 햇볕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의 피부는 선크림을 바른 것처럼 하얀 편이다.
한중일의 ‘흰 피부 사랑’, 정말 백인을 동경해서일까?
이번 논란에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의 누리꾼들도 격분했다.
이들 세 국가의 공통점은 중세 시대 이전부터 흰 피부 화장을 선호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원전 2세기경부터 흰 색깔 분을 칠했다는 증거가 있다. 한국 역시 늦어도 삼국시대부터는 피부를 희게, 입술을 붉게 칠하는 화장을 했다는 공식적인 문헌을 확인 가능하다. 일본도 700년대 이후로 흰색 화장을 해왔다.
결국 백인의 존재를 인지하기 전부터 이들 국가에서는 이미 흰 피부가 미의 기준이었다는 말이 된다.
청나라·조선 후기·일본 에도 시대 기록을 보면 동아시아인들은 백인을 ‘홍인’이라는 멸칭으로 불렀다. 애초에 서양인들의 피부를 ‘하얗다’기보다는 ‘붉다’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다.
일본의 한 X 이용자는 “다른 나라 문화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백인이 되고 싶어서 저런다’는 식으로 함부로 단정짓는 행위 자체가 오만하고 차별적”이라며 “창백함을 추구하는 것과 백인이 되고싶어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