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폐암 환자 10명 중 8명 근감소증…약 써도 암 두 배 빨리 악화

근육 빠지면 염증 올라가고 면역세포도 망가져…항암제 표적 자체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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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가 의사와 상담하고 있다. 폐암 환자의 근육 상태가 면역항암제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근감소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암 진행 위험이 2.63배 높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암 환자의 근육량이 면역항암제 치료 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근감소증이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암이 진행되거나 악화될 위험이 2.63배 높았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며, 진행성은 수술이 어려운 3·4기를 뜻한다.

(좌측부터)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주환·이승룡 교수,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박지은 박사·신영기 교수 사진=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주환·이승룡 교수팀과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박지은·신영기 교수팀은 근감소증이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결과가 확연히 나빴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2026년 3월호에 실렸다.

근육 빠지면 암 진행 위험 2.63배

연구팀은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로 받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74명을 분석했다. 팔다리 골격근량을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으로 측정, 근감소증을 진단했다. 뼈·지방·근육을 구분해 전신 근육량을 한꺼번에 보는 방식으로, 허리 CT 한 장으로 근육 단면만 보던 기존 연구보다 정밀하다. 한국 기준으로 남성은 키(m) 제곱당 6.43㎏, 여성은 5.34㎏ 미만이면 근감소증이다.

결과는 뚜렷했다. 74명 중 58명(78.4%)이 이미 근감소증이었다. 치료 시작 후 암이 악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중앙값 74일로, 근감소증이 없는 환자(172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암이 진행되거나 악화될 위험은 2.63배 높았다. 나이, 성별, 치료 방식 등 다른 조건을 모두 따져봐도 근감소증 자체가 예후를 나쁘게 만드는 독자적인 요인이었다.

면역세포 망가지는 경로, 이렇다

숫자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유다. 근육이 줄면 몸속 염증 신호(인터류킨-6 등 사이토카인)가 올라간다. 이 염증이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면역세포(CD8+ T세포)를 소모시킨다. 힘을 잃은 면역세포 표면에는 TIGIT라는 단백질이 늘어나는데, 이 상태에선 면역항암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에서도 근육량이 적을수록 기능이 떨어진 면역세포가 더 많이 관찰됐다. 근감소증이 있으면서 TIGIT 발현까지 높은 환자는 암 진행 위험이 3.5배로 뛰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나쁜 예후를 보인 그룹이었다.

치료 전 근육 상태 확인 필요한 이유

면역항암제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의 대표 1차 치료법이다. 그러나 같은 약을 써도 환자마다 반응이 다르다.

지금까지 공인된 예측 지표는 PD-L1 단백질 발현 여부뿐이었는데,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연구는 근감소증과 함께 TIGIT 발현·사이토카인 등 혈액 면역 지표를 함께 평가하면 치료 전 예후를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다만 연구 대상이 74명으로 적어 결과를 일반화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최주환 교수는 "근감소증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면역항암제 치료 예후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근감소증과 혈액 바이오마커를 함께 평가하면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육은 체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면역계 전체의 작동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폐암 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치료 중인 환자라면, 담당 의사와 근감소증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단백질 섭취와 근력 운동을 병행할지 함께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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