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라이 릴리가 중국 바이오기업 아비스코 테라퓨틱스와 최대 19억 달러(약 2조9400억 원) 규모의 신약 연구개발 협력을 맺었다. 릴리가 지정한 여러 질환 표적을 대상으로 아비스코가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초기 개발을 맡는 구조다. 구체적인 질환 영역과 표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24일(현지시간) 아비스코는 릴리와 복수 표적을 겨냥한 전략적 연구개발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아비스코는 릴리가 선정한 표적에 대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고 초기 개발을 수행한다.
릴리는 아비스코에 선급금을 지급한다. 선급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아비스코는 향후 개발, 허가, 상업화 단계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면 최대 19억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마일스톤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임상 진입, 허가, 매출 달성 등 특정 성과가 나왔을 때 지급되는 단계별 보상이다. 제품이 판매될 경우 아비스코는 연간 순매출에 따른 단계별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이번 계약은 두 회사의 기존 협력을 확대한 것이다. 아비스코는 2022년 릴리와 심혈관대사질환 분야의 비공개 표적을 겨냥한 저분자 신약 개발 계약을 맺었다. 저분자 신약은 비교적 작은 화학물질로 몸속 특정 단백질이나 신호를 조절하는 약물이다. 알약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도 많아 글로벌 제약사들이 꾸준히 투자하는 분야다.
글로벌 빅파마, 중국 초기개발 역량에 눈 돌려
아비스코는 주로 항암제 개발에 집중해온 중국 바이오기업이다. 릴리와 공동 보유한 P151은 심혈관대사질환 프로그램으로 분류된다. 자체 전임상 파이프라인에는 GIP 수용체를 겨냥한 비만 치료 프로그램, 아토피 피부염과 폐 질환을 겨냥한 STAT6 프로그램, 여러 고형암 후보물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협력에서 눈에 띄는 점은 릴리가 특정 후보물질 하나를 도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비스코의 초기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신약 개발 초기에는 어떤 질환 표적을 겨냥할지 정하고, 그 표적에 작용할 후보물질을 찾은 뒤, 약효와 안전성을 실험실과 동물실험 단계에서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도 높다.
릴리는 이 초기 단계를 상하이에 기반을 둔 아비스코와 함께 진행한다. 이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빠른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개발 역량을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기업이 해외 신약의 중국 판권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자체 기술과 후보물질을 글로벌 빅파마에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화이자도 최근 일부 내부 임상 프로그램의 초기 개발을 중국 파트너와 진행하는 계약을 맺었다. 릴리와 아비스코의 이번 계약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빅파마가 모든 초기 연구를 내부에서만 진행하기보다, 외부 연구개발 역량을 활용해 후보물질 확보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최대 금액은 조건부…실제 성과는 후보물질에 달려
릴리는 최근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만·당뇨 치료제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의 성장으로 투자 여력이 커진 가운데 백신, 신경과학, 유전자·RNA 기반 치료, 대사질환 등 여러 분야에서 인수와 라이선스 계약을 이어가고 있다.
앱비스코와의 계약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번 거래를 곧바로 신약 확보로 보기는 어렵다. 최대 19억 달러라는 계약 규모는 모든 개발·허가·상업화 목표가 달성됐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실제 지급액은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
또 양사가 아직 어떤 질환을 겨냥할지, 어떤 표적을 연구할지 밝히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초기 연구개발 계약은 가능성을 확보하는 단계에 가깝다.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려면 후보물질 도출, 전임상 검증, 임상시험, 허가 심사 등 여러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은 글로벌 제약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릴리 같은 빅파마는 자본과 글로벌 임상·상업화 역량을 갖고 있고, 중국 바이오기업은 빠른 초기 연구개발과 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협력은 두 강점이 결합하는 사례다.
성공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중국 바이오기업이 단순한 지역 파트너를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의 초기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