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1000개 중 1개도 어려웠던 신장…암 치료법 CAR-T, 이식 길 열었다

항체 만드는 세포 줄여 면역 장벽 낮춰…이식 어려웠던 환자 2명 모두 성공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한 남성이 진료실에서 의사와 건강 상태를 상담하고 있다.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 중 일부는 몸속 항체 때문에 맞는 기증 신장을 찾기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혈액암 치료에서 출발한 면역세포 치료법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therapy·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가 신장이식의 면역 장벽을 낮추는 데 활용됐다.

알리 나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이식외과 교수 연구팀이 맞는 기증 신장을 찾기 거의 어려웠던 말기신부전 환자 2명에게 CAR-T 치료를 써본 결과, 이식을 가로막던 면역 항체 수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모두 신장이식에 성공했다.

CAR-T가 암 치료를 넘어 신장이식 전 면역 장벽을 낮추는 데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 초기 임상 사례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6월 3일 게재됐다.

신장이식 못 받는 진짜 이유…순번이 아니라 항체였다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미국에만 9만100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약 5000명은 ‘고도 감작(highly sensitized)’ 환자로 분류된다. 감작(感作)이란 과거 수혈·임신·이식 등을 거치며 기증자 조직 항원에 반응할 수 있는 항체가 생긴 것을 말한다. 항체가 많을수록 기증 신장을 공격할 위험이 커져, 맞는 신장을 찾기가 극도로 어려워진다.

항체 수치는 cPRA(기증 신장과 맞지 않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항체 지표)로 나타낸다. cPRA 99.9% 이상이면 기증 신장 1000개가 있어도 1개와 맞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 연구의 두 환자는 모두 cPRA가 거의 100%였다.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을 기다려도 맞는 신장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항체만 퍼내는 방식의 한계…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렇다면 기존 치료로는 왜 해결이 안 됐을까.

지금까지 쓰던 방법은 혈액에서 항체를 직접 걸러내는 혈장교환술이나 항체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막는 억제 약물이었다. 넘치는 물을 계속 퍼내는 것과 같다. 일시적으로 항체 수치를 낮출 수는 있지만, 항체를 만드는 세포는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항체가 다시 차오른다. 특히 항체 수치가 매우 높은 환자에게는 이런 방법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방법을 택했다. 항체를 퍼내는 대신, 항체를 만드는 세포 자체를 줄이는 전략이다. CAR-T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T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특정 표적을 찾아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으로, 펜실베이니아대 칼 H. 준(Carl H. June) 박사팀이 혈액암 치료 목적으로 개발해 2017년 세계 첫 FDA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항체를 만드는 세포 두 종류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CAR-T' 전략을 썼다. 하나는 면역 기억을 담당하는 기억 B세포(CD19 표적), 다른 하나는 항체를 직접 분비하는 형질세포(BCMA 표적)다. 두 세포를 함께 줄이면 항체 생산이 크게 낮아지고, 항체 수치가 내려가면서 맞는 신장을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두 환자 모두 이식 성공…추가 사례도 보고

두 환자 모두 CAR-T 투여 후 항체 수치가 이식 가능한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식 뒤 현재까지 공여자 특이 항체의 재상승이나 이식 신장 거부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안전성 결과도 비교적 양호했다. CAR-T 치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과 신경 독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중 감소했던 정상 B세포 집단도 시간이 지나며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표 환자인 필라델피아 주민 앤드루 보이드(47세)는 14세에 신장질환 진단을 받아 1993년과 2009년 각각 첫 번째, 두 번째 신장이식을 받았다. 두 번째 이식 신장이 기능을 잃기 시작하고 항체 수치가 거의 100%까지 치솟으면서 세 번째 이식은 사실상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이 임상에 참여해 2025년 초부터 CAR-T 치료를 받은 뒤 같은 해 8월 세 번째 신장이식에 성공했다. 이식 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거부반응 없이 지내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NYU랭곤병원도 같은 임상 프로토콜을 거친 세 번째 환자가 2026년 5월 15일 신장이식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지 박사는 "CAR-T가 암 치료뿐 아니라 기증 신장을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환자 2명을 대상으로 한 초기 1상 임상시험이다. 연구팀은 더 많은 환자에게 더 높은 용량을 쓰는 후속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거부반응을 없앤 데 있지 않다. 이식 가능한 기증 신장을 찾기 어렵게 만들던 항체 장벽을 낮춰 이식 후보군을 넓혔다는 데 있다.

한국에서도 말기신부전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25년 8월 기준 신장이식 대기자는 3만6901명으로 전체 장기이식 대기자의 78.6%를 차지했다. 고도 감작 환자는 이 가운데서도 맞는 신장을 찾기 더 어렵다.

이번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라 해도, 기존 방법으로 맞는 신장을 찾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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