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3일 (월)

코 안 고는데 아침마다 두통…여성 수면무호흡증 신호 따로 있었다

숨 멎는 횟수 적지만 야간뇨·악몽·피로 더 커…코골이만 보면 놓칠 수 있다

한 여성이 침대에 누워 이마를 짚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코골이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여성은 아침 두통이나 야간뇨, 피로감 같은 신호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내가 코골이가 심한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진료실에 들어온 아내도 유난히 지쳐 보인다고 여겼다. 물어보니 요즘 아침마다 머리가 아팠고, 밤중에 화장실 가는 횟수도 늘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의사는 코골이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아내에게도 수면검사를 권했다. 결국 부부 모두 치료가 필요한 폐쇄성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됐다.

숨이 멎거나 얕아지는 횟수는 아내가 남편보다 적었지만 아침 두통과 피로는 오히려 아내가 더 심했다. 그녀에게는 평균 수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밤이 있었다.

검사 수치는 낮았지만 몸은 무거웠다

이 의문을 해소할 연구가 나왔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마이애미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과 함께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 407명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수면학회 연례 학술대회 'SLEEP 2026'에서 발표했다. 이번 행사는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볼티모어에서 열렸다.

대상자는 모두 양압기 치료를 막 시작하려는 환자들로, 중등도에서 중증 사이의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을 진단받은 사람들이었다. 통상 숨이 멎거나 얕아지는 횟수가 시간당 15회 이상이면 중등도, 30회 이상이면 중증으로 분류한다. 이번 연구 대상자 중 남성은 62%, 여성은 38%를 차지했다.

연구팀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 환자들에게 온라인 설문을 작성하게 한 뒤, 증상 양상을 남녀로 나눠 비교했다.수면 중 숨이 멎거나 호흡이 얕아지는 횟수를 나타내는 무호흡-저호흡지수는 여성이 시간당 25회, 남성이 35회였다. 여성 쪽 수치가 뚜렷이 낮았다.

코골이 빈도, 자다가 숨 막혀 헐떡이는 정도, 코막힘, 위산 역류는 남녀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의사가 흔히 확인하는 '전형적 증상'만 보면 남녀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다른 증상에선 차이가 났다. 한밤중에 화장실에 가는 횟수, 아침 두통, 잠자다 꾸는 악몽은 여성이 더 심하다고 답변했다. 낮 동안 집중이 잘 안 되고, 잠을 설친 느낌이 크고, 쉽게 불안하거나 화가 난다는 응답도 여성에게서 더 많았다. 이런 증상들은 수면검사 수치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환자가 직접 의사에게 말해야 진단의 단서가 된다.

이번 연구는 여성 수면무호흡증이 코골이나 숨 막힘 목격담만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우울감을 묻는 항목에서는 뚜렷한 남녀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도 전체 흐름은 분명했다. 수면 중 숨이 멎거나 얕아지는 횟수는 여성이 적었지만, 아침 두통과 야간뇨, 피로감처럼 일상을 흔드는 증상은 오히려 여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체 환자를 증상 패턴별로 다시 묶어 분석했다. 여러 증상이 전반적으로 심한 ‘고증상군’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이 집단에서의 여성 비율은 43%로, 전체 연구 대상의 여성 비율 38%보다 높았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피츠버그대 연구자 스투티 바이댜는 “여성은 남성과 비슷한 수준의 전형적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으며, 이것이 진단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평균 수치가 놓친 시간, 렘수면

여성은 남성보다 숨 막히는 횟수가 적은데 왜 몸은 더 힘들게 느낄까. 단서는 '언제' 숨이 막히는지에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몸 상태는 계속 바뀐다.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내려갔다가, 꿈을 꾸는 렘수면으로 올라오는 주기를 하룻밤에 네댓 번 반복한다.

일본 아이치의과대학 마노 마미코 연구팀은 2019년 국제학술지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에 렘수면 중 두드러지는 수면무호흡증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 환자 3234명을 대상으로 렘수면 동안과 그 외 시간대의 무호흡 횟수를 따로 비교한 연구다.

렘수면이 아닌 시간대만 보면 여성의 무호흡 횟수는 시간당 25.6회로, 남성의 35.4회보다 훨씬 적었다. 그런데 렘수면 구간만 따로 떼어보면 여성은 36.8회, 남성은 36.7회로 거의 같았다. 전체 평균으로는 여성이 덜 심해 보이더라도 상기도를 열어두는 근육 활동이 줄어드는 시간에는 숨 막힘이 남성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왜 하필 렘수면일까. 잠들면 몸 곳곳의 근육 긴장이 낮아지는데, 렘수면 단계에선 이런 변화가 더 뚜렷해진다. 혀를 앞으로 움직여 기도 공간을 넓히고 안정시키는 혀 안쪽 근육, 즉 이설근도 예외가 아니다. 이 근육의 활동이 줄면 기도는 더 쉽게 좁아질 수 있다.

여기에 여성호르몬 변화도 얽혀 있다. 폐경 전후 여성을 비교한 연구에서 호르몬 상태에 따라 기도를 열어두는 근육 활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쥐 실험에서도 난소를 제거하자 혀 안쪽 근육인 이설근의 힘이 약해졌다.

다만 폐경이 곧 수면무호흡증의 직접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폐경 전후 여성에게서 숨 막힘 양상이 달라지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단서 중 하나일 뿐이다.

코를 안 곤다고 검사 미룰 이유는 없다

한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대한수면연구학회 전국조사에 따르면, 21~69세 4000명 가운데 수면무호흡증 고위험군은 남성이 더 많았다. 고위험군 중 남성은 69%를 기록했고, 선별 설문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게 나온 4점 집단(64명)에선 남성이 89%를 차지했다. 그런데 전체 4000명 중 실제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9명, 0.5%뿐이었다. 이 19명 중 여성은 단 1명이었다.

이런 격차는 '수면무호흡증은 코 고는 아저씨 병'이라는 인식을 굳힌다. 하지만 여성도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검사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와도 두통이나 피로 같은 증상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코골이 하나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몸이 보내는 신호는 다양하다.

폐경기 전후에는 더욱 헷갈리기 쉽다.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기도가 쉽게 좁아지고, 체지방 분포와 잠의 질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여성의 수면무호흡 위험이 높아져 남성과의 차이도 줄어든다는 보고가 많다. 그런데 불면, 두통, 식은땀, 피로감은 폐경기에도 흔하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어도 “폐경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기 쉬운 이유다.

그러니 수면검사를 권유받았다면, 자신이 코를 골았다는 말을 들은 적 없다는 이유만으로 미룰 필요는 없다. 진료실에서는 코골이 여부뿐 아니라 몸에서 느낀 변화를 의사에게 구체적으로 전해야 한다. 아침에 두통으로 깬 날이 한 주에 며칠인지,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늘었는지, 평소보다 짜증이나 불안이 부쩍 심해졌는지도 함께 말하는 것이 좋다.

가족이 자신의 코골이나 수면 중 무호흡을 봤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도 피로와 두통이 크게 느껴진다면 그 경험 역시 의사에게 말해야 한다. 가족이 코 고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해서 밤새 몸이 덜 힘들었다는 뜻은 아니다.

함께 사는 배우자도 코골이 여부에만 기대면 다른 신호를 놓칠 수 있다. 코골이가 눈에 띄지 않거나 숨이 멎는 장면을 본 적이 없더라도 안심하긴 이르다. 아침마다 두통을 호소하거나 밤중에 화장실 가는 일이 늘고 부쩍 예민해졌다면 수면무호흡증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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