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검사비 깎아 필수의료 살린다는데…병의협, 동네 병원 폐업 우려 제기

150% 조정·2조 원 절감 구체적⋯기본진료 보상 확대 불확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태극기 위에 청진기가 놓여 있다. 검체검사·영상검사 수가 인하와 필수의료 보상 재편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장 의사 단체가 혈액검사와 CT·MRI 등 검사 수가가 비용 대비 높게 책정돼 있다는 정부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공청회를 열고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건강보험공단 분석에 따르면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률은 평균 190%, CT·MRI는 평균 200%에 달했다.

정부는 1단계로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넘는 검사 수가를 150% 수준까지 낮추고, 2028년까지 추가 분석을 거쳐 균형 수가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1단계 조정만으로 연간 약 2조 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절감된 재원을 지난 20여 년간 동결됐던 진찰료 등 필수의료 보상 확대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18일 정재현 부회장 명의로 '검체검사 및 영상검사 수가 인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병의협은 대한의사협회 산하 단체로,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급여를 받고 진료하는 봉직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의협이 주장하는 핵심은 정부가 검사 수가 인하와 관련, 150%라는 구체적 수치와 2조 원이라는 절감액까지 제시했지만, 그 대가로 약속한 기본진료 인상은 "현실화하겠다"는 의지 표명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깎이는 항목은 구체적이지만 채워질 보상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삼았다. 이런 비대칭이 결국 병·의원의 수지 악화와 검사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병의협은 그 출발점인 190%·200%라는 수치가 전국 의료기관의 현실을 대표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석 표본이 상급종합병원 6곳, 종합병원 74곳, 의원급 88곳에 불과했고, 종합병원 표본에는 신포괄수가제 참여기관이 포함돼 민간병원의 일반적 비용구조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원급도 전문과목이나 장비 보유 여부에 따라 원가구조가 크게 다른데, 이를 평균치 하나로 묶어 전국에 동일한 인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병의협의 판단이다.

병의협은 특히 검사수익은 일부 내과·비뇨의학과·산부인과 의원에서 낮은 진찰료를 보완해 온 사실상의 안전판이었다고 설명했다. 기본진료 수가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채 이 안전판부터 사라지면, 의원은 검사 의뢰를 줄이거나 외주를 포기하거나 결국 폐업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취약지일수록 검체 수거망과 영상장비 운영의 고정비 부담이 커서, 같은 인하율이라도 받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병의협은 해외 사례도 짚었다. 호주·영국·프랑스가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택한 방식은 전국 공통 수가 인하가 아니라 취약지역 추가 보상과 인력 유인책이었다. 미국에서는 저임금 지역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다른 병원 보상을 깎는 예산중립형 정책이 추진됐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단을 받은 적도 있다.

정부가 내세운 목표와 정작 동원하는 수단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병의협의 시각이다. 필수의료 강화에 필요한 재원은 의료기관 내부에서 짜내는 방식이 아니라 정부의 명시적 공적 재원으로, 인하만큼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병의협의 이번 입장문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목된다.

이번 정책은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환자가 검사를 받을 때 체감하는 본인부담금이 곧바로 크게 달라지는 사안은 아닐 수 있다. 다만 동네 병의원의 검사 운영 방식이나 검체 위탁 구조가 바뀌면 검사 대기시간과 접근성에는 영향이 생길 수 있어, 최종안이 어떻게 조정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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