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비만약 강자 릴리, 치매 신약 확보 나서…최대 1조5000억 원 규모 계약

아밀로이드 생성 조절 후보물질 도입…키순라 이어 치매 치료제 확대


사진=일라이 릴리

비만약 시장을 장악한 미국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섰다.

이미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를 보유한 릴리는 스웨덴 바이오기업 알츠큐어 파마(AlzeCure Pharma)의 후보물질까지 확보하게 됐다.

비만약에 이어 치매 시장에서도 다음 성장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알츠큐어 파마는 9일(현지시간) 일라이 릴리와 알츠하이머병 후보물질 ‘알즈스타틴 ACD680’(Alzstatin ACD680)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및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릴리는 계약금 1000만 달러, 우리 돈 약 152억 원을 알츠큐어에 지급한다. 개발과 상업화 성과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를 포함하면 총 계약 규모는 10억 달러, 약 1조52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 판매 이후에는 매출에 따라 경상기술료도 지급된다.

이번 계약은 선급금보다 향후 개발 성과에 따른 보상이 큰 구조다. 아직 초기 연구 단계의 자산인 만큼, 릴리가 큰 금액을 한꺼번에 지급하기보다 후보물질이 임상과 허가, 상업화 단계에서 성과를 낼 때 추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치매 원인 물질, 쌓이기 전부터 막는다

ACD680은 ‘감마-시크리테이스 조절제’(gamma-secretase modulator·GSM) 계열의 저분자화합물이다. 감마-시크리테이스는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생성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 복합체다.

ACD680의 핵심은 이 효소를 무작정 막는 것이 아니라, 해로운 아밀로이드 베타가 덜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조절하는 데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플라크를 형성한다. 이 가운데 Aβ42는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꼽힌다. ACD680은 해로운 Aβ42 생성을 줄이도록 설계됐다.

동시에 Aβ37, Aβ38처럼 상대적으로 해가 적은 짧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생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알츠큐어는 이런 변화가 Aβ42 응집과 뇌 속 플라크 형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 허가된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는 이미 쌓인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반면 ACD680은 해로운 아밀로이드 베타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조절하려는 접근이다.

알츠큐어는 장기적으로 이 계열 물질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을 늦추거나 예방하는 치료 전략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순라 이후 치매 시장 넓히는 릴리

릴리는 최근 몇 년간 알츠하이머병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심에는 항체 치료제 키순라가 있다. 키순라는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도나네맙 성분 치료제로,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초기 증상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로 개발됐다.

키순라는 릴리의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치료 품목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키순라 매출이 2033년 38억 달러, 약 5조770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4년까지 8배로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릴리는 키순라에만 의존하지 않고 알츠하이머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고 보강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4월에는 스위스 바이오기업 AC이뮨(AC Immune)에 1250만 달러, 약 190억 원을 지급하고 알츠하이머병 협력을 확대했다. 앞서 2018년에는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타우 단백질 응집을 억제하도록 설계된 저분자화합물 도입을 위해 선급금 8100만 달러, 약 1230억 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 계약은 릴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전략을 단일 항체 치료제에서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키순라가 이미 쌓인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줄이는 치료제라면, ACD680은 해로운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 자체를 조절하려는 후보물질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경쟁이 플라크 제거를 넘어 예방과 조기 개입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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