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2일 (수)

수술·항암제에도 끝내 또 자라는 뇌종양…암세포 살린 '공범' 찾았다

종양 성장 부추기고 치료 내성 높이는 OSMR–CLIC1 협력 관계 첫 규명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의사가 병실에서 환자에게 검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교모세포종은 수술과 방사선·항암치료 후에도 재발이 잦은 악성 뇌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 암세포가 살아남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 두 개의 협력관계가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술을 했고 방사선도 받았는데, 왜 재발했을까."

교모세포종 환자 가족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교모세포종은 뇌의 신경교세포에서 시작되는 뇌교종 가운데 악성도가 가장 높은 유형이다. 세계보건기구 뇌종양 분류에서 최고 악성도인 4등급에 속한다. 5년 생존율은 약 7% 안팎으로, 주요 고형암 중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다. 수십 년간 연구가 이어졌지만 생존율은 거의 올라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교모세포종 세포는 뇌 조직 깊숙이 손가락처럼 파고들어 자란다.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약을 써도 문제다. 뇌를 보호하는 혈뇌장벽이 항암제 대부분을 막아선다. 설령 치료가 일시적으로 효과를 내더라도 살아남은 종양 줄기세포가 씨앗이 돼 재발을 일으킨다. 수술하고 방사선 쏘고 항암제까지 썼는데도 다시 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재발과 내성'의 분자적 비밀을 캐나다 오타와대 의대 세포·분자의학과 아레주 자하니-아슬 부교수 연구팀이 한꺼풀 벗겨냈다. 단백질 OSMR과 손잡고 암세포를 살려온 또 다른 단백질 CLIC1을 발견했다. 종양 성장을 부추기고 치료 내성을 높이는 단백질 두 개의 숨겨진 협력 관계를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5월 23일자에 실렸다.

치료해도 낫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단백질 두 개의 비밀

두 단백질은 OSMR(온코스타틴 M 수용체)과 CLIC1(염화물 세포내 채널 1)이다. OSMR은 교모세포종 연구에서 '종양 진행의 지휘자'로 불린다. 세포 신호를 통합해 암세포를 더 공격적인 상태로 바꾼다. 방사선 치료 내성을 높이고, 뇌종양 줄기세포의 에너지 생산까지 끌어올린다.

그런데 OSMR이 어떻게 이 모든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지는 그간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단백질 상호작용 스크리닝 기법으로 OSMR과 함께 움직이는 단백질 전체를 지도화했다. 그 안에서 CLIC1을 핵심 파트너로 잡아냈다.

CLIC1은 세포막에 박힌 통로 단백질이다. 평소에는 세포 안팎의 이온 흐름을 조절한다. 교모세포종에서는 역할이 달라진다. 암세포가 스트레스 속에서도 살아남고 주변 뇌 조직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신호를 중계한다. OSMR과 CLIC1이 손잡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자하니-아슬 부교수는 "교모세포종은 여러 생존 경로를 동시에 가동하기 때문에 기존 치료가 번번이 막혔다"며 "OSMR–CLIC1 축은 여러 내성 경로를 한꺼번에 조절하는 관문으로, 여기를 끊으면 여러 내성 기전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 스위치 끄자 뇌종양 세포가 길을 잃었다

실험이 이를 뒷받침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교정 기술(CRISPR·크리스퍼)로 CLIC1 유전자를 제거했다. OSMR과 돌연변이 수용체(EGFRvIII) 사이 결합이 끊어졌다. 암세포 증식을 이끄는 핵심 신호(STAT3)도 억제됐다. 교모세포종 진행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단순히 덜 자란 것이 아니었다. CLIC1을 제거한 뇌종양 줄기세포를 마우스 뇌에 이식한 생체실험에서도 종양 성장이 억제됐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토론토대 도넬리센터 팀은 "CLIC1을 없애자 교모세포종 세포가 뇌 조직으로 퍼져나가는 능력 자체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교모세포종이 무서운 것은 빠른 성장보다 뇌 조직 안으로 파고드는 확산력이다. 수술로 종양 덩어리를 제거해도 재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미 주변 뇌 조직으로 퍼진 암세포들이 새 종양의 씨앗이 된다. CLIC1은 그 침투 능력을 떠받치는 핵심 장치 가운데 하나였다.

칼 대신 항체로…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크리스퍼로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은 환자에게 직접 쓸 수 없다. 치료제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단클론항체로 풀었다. 단클론항체는 특정 표적만 정밀하게 겨냥하도록 설계된 항체 의약품이다.

세포막 위에 노출된 CLIC1만 골라 차단하는 항체(tmCLIC1omab)를 만들어 시험했다. 세포 실험과 마우스 생체실험 모두에서 결과는 같았다. 종양 신호가 억제됐다. 뇌종양 줄기세포의 기능도 약해졌다.

단클론항체는 유방암·혈액암 등 여러 암 치료에 이미 쓰이는 형태다. 기전 규명을 넘어 '약으로 만들 수 있는 표적'을 발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하니-아슬 부교수는 "교모세포종 연구를 하다 보면 이 병이 얼마나 빨리 진행되는지, 환자뿐 아니라 온 가족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직접 보게 된다"며 "그 현실이 우리를 돌파구로 몰아붙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의 여러 유형에서 이 접근법이 어느 환자에게 잘 듣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mCLIC1omab를 수술·방사선·항암제 등 기존 치료와 함께 쓸 때의 안전성과 효능도 평가할 예정이다.

서울대 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에서 교모세포종은 매년 약 630명이 새로 진단된다. 악성 뇌종양 전체로는 2023년 한 해에만 2,011건이 발생했다고 중앙암등록본부는 집계했다. 적지 않은 숫자다.

물론 이번 발견이 실제 치료로 이어지려면 인체 임상시험이라는 고개를 넘어야 한다. 적어도 수년 이상이 걸린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5년 생존율이 거의 제자리인 병 앞에서 이번 연구는 의미가 있다. 재발의 공범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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