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을 다녀온 여행객들 사이에서 요즘 빠지지 않는 기념품이 있다. 망고나 사과 같은 과일에 찍어 먹는 '새우소금'이다. 고추와 소금, 새우를 함께 볶아 만든 이 가루는 감칠맛과 매콤짭짤한 풍미가 특징으로, 달콤한 과일과 만나면 손을 멈추기 어려운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이처럼 과일에 매콤한 소스를 같이 먹는 조합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BBC 등 주요 외신과 글로벌 푸드 트렌드 보고서들은 최근 2026년 세계 식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프리시(Fricy)'를 주목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프리시는 과일을 뜻하는 '프루티(Fruity)'와 맵다는 의미의 '스파이시(Spicy)'를 결합한 신조어로, 달콤하고 새콤한 과일에 매운 소스를 곁들여 먹는 방식을 가리킨다.
사실 과일과 매운맛의 조합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베트남, 멕시코, 태국, 인도 등 더운 기후의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과일을 매콤한 소스와 같이 먹는 식문화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조합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며 주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고 있는 식이섬유·자연식품 열풍도 프리시 트렌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이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과일을 보다 색다르고 자극적으로 즐기려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음료·디저트까지 번진 ‘매콤한 과일맛’

외국에서는 프리시 열풍이 음료나 디저트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국 매체 더 가디언(The guardian)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 위치한 프렌차이즈 '망고 트위스트'의 대표 메뉴는 '볼케이노' 슬러시다. 멕시코 전통 음료인 차모야다를 재해석한 이 음료는 망고와 고추 소스를 섞은 것으로, 노란 망고 주스와, 과육 빨간 차모이 소스의 대비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다.
실제로 프리시 트렌드는 매출로도 입증되고 있다. 온라인 식품 유통업체 수셰프(Sous Chef)의 홀리 톰슨 푸드 에디터는 "프리시 트렌드의 대표 제품인 멕시코 향신료 타힌 소스의 매출이 2026년 들어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고 밝혔다. 영국 고급 슈퍼마켓 체인 웨이트로즈도 이라크계 유대인 요리에서 유래한 매콤한 망고 소스 '망고 암바 소스'의 매출이 지난 1년간 30% 늘었다고 보고했다.
핫소스 전문 유통업체 핫헤즈(Hot-Headz!)의 스튜어트 맥앨리스터 대표도 "지난 6~12개월 사이 프리시 소스 매출이 급증했으며, 특히 파인애플과 망고 핫소스가 인기"라고 전했다.
한국 음식에도 존재하는 프리시

한국에서도 이름은 다르지만 프리시 유행이 서서히 번지는 모양새다. 동남아시아의 영향을 받아 태국식 파파야 샐러드, 망고 샐러드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추와 소금, 유자를 섞어 만드는 일본 조미료 '유즈코쇼'도 이제 대형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절인 과일과 라임, 향신료, 고추를 넣어 만드는 멕시코 소스 '차모이(Chamoy)'도 간간히 보인다.
사실 프리시는 우리에게 새로운 맛은 아니다. 한국 음식에서도 매콤한 소스와 과일의 조화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고춧가루나 초고추장으로 무침 요리를 할 때 사과나 배, 매실청 등 과일이나 과일청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 골뱅이무침에 들어가는 상큼한 사과와 매콤한 소스, 쫄깃한 골뱅이의 조화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다.
배 깍두기, 감 깍두기 등 달콤하고 아삭한 과일을 매운 양념에 무쳐 낸 김치는 쉽게 먹기 힘든 별미다. 매콤한 고기요리 소스에는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상큼한 맛을 더하기 위해 파인애플이나 키위를 넣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