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동맥류가 정상 혈관과 맞닿은 부분이 넓거나 여러 혈관이 갈라지는 곳에 생기면 치료가 까다롭다. 동맥류 안에 넣은 코일이 정상 혈관 쪽으로 빠져나오거나 주변 혈관의 흐름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동맥류는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의 벽이 약해져 일부가 주머니처럼 부풀어 오른 병변이다. 터지면 뇌를 둘러싼 공간에 피가 퍼지는 지주막하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갑작스러운 극심한 두통과 구토, 의식 저하를 일으키며 심하면 뇌 손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기존 시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쓸 수 있는 뇌동맥류 치료기기 ‘아티스(Artisse™)’를 한국에서 처음 적용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뇌혈관팀은 지난 7월 20일 뇌동맥류 환자 5명에게 아티스 시술을 했다. 시술은 박중철 신경외과 교수가 맡았다.
환자들은 모두 동맥류와 정상 혈관이 이어지는 목 부분이 넓고, 주요 혈관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곳에 병변이 있었다. 기존 혈관 내 시술로 치료하기 까다로운 사례였다.
뇌동맥류 안에 금속망 펼쳐 혈류 줄여
뇌동맥류는 약해진 뇌혈관 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터지면 뇌를 둘러싼 공간에 피가 퍼지는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아티스는 부풀어 오른 동맥류 안에 금속망 형태의 기기를 넣어 펼친다. 기기가 동맥류 모양에 맞게 밀착하면서 안으로 들어오는 혈액을 줄인다.
혈류가 줄면 동맥류 안에 혈전, 즉 피떡이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맥류가 자연스럽게 막히도록 유도하는 원리를 활용한다.
코일·스텐트·개두술 따져 치료법 결정
뇌동맥류 치료법은 병변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코일색전술은 혈관 안으로 가느다란 관을 넣은 뒤 동맥류 내부를 백금 코일로 채워 혈액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치료다. 동맥류의 목 부분이 넓으면 코일이 정상 혈관 쪽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혈관 안에 스텐트를 함께 넣기도 한다. 두개골을 열고 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집어 막는 클립결찰술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은 이번 환자들에게 코일색전술과 스텐트 보조 코일색전술, 클립결찰술을 쓸 수 있는지 살폈다. 이후 동맥류의 크기와 모양, 위치, 주변 혈관 구조와 환자의 건강 상태를 따져 아티스를 선택했다.
아티스가 기존 치료를 모두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 코일이나 스텐트 등을 이용한 기존 시술이 어려운 일부 환자에게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크기 다른 20개 규격…동맥류 모양에 맞춰 선택
아티스는 직경과 높이가 다른 20개 규격으로 나뉜다. 동맥류의 폭과 높이, 위치에 맞는 기기를 골라 쓸 수 있다.
특히 동맥류의 목 부분이 넓거나 주요 혈관이 갈라지는 분지부에 병변이 생긴 환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병원은 보고 있다.
일부 환자는 항혈소판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부담도 덜 수 있다. 항혈소판제는 혈관 안에 넣은 스텐트 등에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막는 약이다. 다만 약을 먹어야 하는지, 얼마나 오래 복용해야 하는지는 시술 방식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박중철 교수는 “아티스는 기존 코일색전술만으로 치료하기 어렵거나 고령, 기저질환 등을 이유로 개두술이 부담스러웠던 뇌동맥류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뇌혈관팀은 1989년 첫 뇌동맥류 수술을 시작한 뒤 최근 누적 치료 2만례를 달성했다.
아티스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 기존 모델의 구조와 규격 체계를 개선, 개발한 뇌동맥류 주머니 내 삽입형 치료기기다. 제조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메드트로닉 계열사 마이크로 테라퓨틱스가 맡는다.
아티스의 바탕이 된 초기 모델은 2010년대 초 유럽에서 개발됐다. 이를 개량한 현행 제품은 2024년 유럽에서 공식 출시됐으며, 한국에서는 지난 6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