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4일 (화)

“진단까지 평균 3.7년”… 희귀 신경질환 치료제, 국내 처방권 진입

메디슨파마 ‘암부트라’ 보험 적용… 의료계 “조기 치료 선택지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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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부트라 프리필드시린지주 제품. 사진=메디슨파마

진단이 늦어질수록 신경 손상과 전신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희귀질환에서는 치료를 얼마나 빨리 시작하느냐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한다.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hATTR-PN) 치료제 ‘암부트라 프리필드시린지주’(성분명 부트리시란)가 4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으면서 국내 환자들의 실질적인 치료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암부트라는 1단계 또는 2단계 다발신경병증이 있는 성인 hATTR-PN 환자에게 쓰이는 RNA 간섭(RNAi) 치료제다. 질환의 원인이 되는 트랜스티레틴 단백질 생성을 낮춰 신경 손상 진행을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메디슨파마 한국법인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암부트라의 급여 적용 이후 치료 접근성 확대와 임상적 의미를 설명했다.

hATTR-PN은 유전자 변이로 비정상적인 구조의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형태로 몸속 여러 조직에 쌓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말초신경과 자율신경, 심장 등 주요 장기를 손상시킨다. 초기에는 손발 저림이나 감각 이상처럼 흔한 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진행성 질환인 만큼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환자의 일상 기능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손발 저림, 감각 이상, 통증, 근력 저하처럼 비교적 흔한 말초신경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신경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병이 진행되면 자율신경 기능 이상, 위장관 장애, 심장 침범 등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환자 상당수는 신경 증상과 심장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혼합형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기 진단과 치료 시작이 중요한 질환에서 암부트라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암부트라는 2024년 11월 15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올해 3월 26일에는 정상형 또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 성인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 심혈관계 관련 입원, 심부전으로 인한 긴급 내원을 줄이는 효능·효과를 추가로 승인받았다.

실제 처방 기반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마련됐다. 암부트라는 4월 1일부터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급여 대상은 말초 또는 자율신경병증 증상이 있는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 환자다. 1단계 환자는 기존 치료제인 타파미디스메글루민염 투여에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금기 또는 부작용으로 투여가 어려운 경우 급여를 받을 수 있다. 2단계 환자는 타파미디스메글루민염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급여가 적용된다.

신경 손상 늦추는 RNA 간섭 치료

이날 첫 발표를 맡은 손경모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신경과 교수는 hATTR-PN이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상 감각, 소화기계 이상, 손가락 근육 약화 등 초기 증상이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쉽다”며 “가족력이나 유리체 혼탁 같은 ‘레드 플래그’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기립성 저혈압, 위장관 운동 이상, 성기능 장애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운동신경 손상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조기 진단의 중요한 단서로 제시됐다.

질환 부담도 크다. hATTR 아밀로이드증 환자의 진단 후 중앙 생존 기간은 4.7년으로 보고돼 있다. 심근병증이 동반되면 3.4년으로 더 짧아진다. 국내에서는 증상 발현부터 진단까지 평균 3.7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심 증상을 놓치지 않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지영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료제의 작용 원리와 임상 데이터를 설명했다. 암부트라는 질환의 원인이 되는 트랜스티레틴 단백질 생성을 줄이도록 설계된 RNA 간섭 치료제다. 세포 안에서 특정 mRNA를 표적으로 삼아 TTR 단백질 발현을 낮추는 방식이다. 원인 단백질의 생성을 줄여 아밀로이드 축적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여 편의성도 특징이다. 암부트라는 3개월에 한 번 피하 투여하는 프리필드시린지 제형이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희귀질환 환자에게 투여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핵심 임상 근거는 글로벌 3상 ‘HELIOS-A’ 연구다. 이 연구는 22개국에서 다발신경병증을 동반한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환자 16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부트리시란 투여군은 122명이었다.

연구 결과 1차 평가변수인 신경손상점수 mNIS+7에서 투여 18개월 시점에 부트리시란 투여군은 연구 시작 시점 대비 0.46점 감소했다. 반면 외부 위약 대조군인 APOLLO 임상 위약군은 28.1점 증가해 두 군 간 28.6점 차이가 확인됐다. 점수가 높아질수록 신경 손상이 악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부트라 투여군에서 질환 진행 억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18개월째 부트리시란 투여 환자의 48.3%에서는 신경 기능의 실질적 개선을 의미하는 신경손상점수 역전이 관찰됐다. 외부 위약군에서는 이 비율이 3.9%에 그쳤다.

오 교수는 “암부트라는 연구에서 신경 기능 개선과 삶의 질 향상 데이터를 보여준 치료제”라며 “보험 급여 적용으로 치료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hATTR-PN 환자들이 적절한 시점에 치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급여 출시로 hATTR-PN 치료는 진단 이후 실제 처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의료진들은 질환 특성상 조기 진단과 치료 시작이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손발 감각 이상과 자율신경 증상, 가족력, 심장 침범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진료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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