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약을 내놓기 위해 외국에서 개발 막바지에 이른 신약 후보물질을 수혈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HK이노엔에 이어 최근 JW중외제약도 여기에 가세했다. 이들은 자체 개발을 통한 개발비와 시간 등을 고려하면 개발 중인 물질을 들여오는 전략도 효익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다만 국내사들이 가져온 후보물질의 약효가 시장 선도 약물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은 숙제로 꼽히고 있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에 이어 JW중외제약이 GLP-1 계열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에서 도입했다. 이들은 2025년 기준 약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HK이노엔은 2024년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사위인드)로부터 당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던 GLP-1 작용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상업화 권리를 기술 도입했다.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HK이노엔 2027년 출시, JW중외 연내 3상 진입 목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올해 3월 중국 현지에서 승인됐고, HK이노엔 측은 국내에서 해당 물질에 대한 비만 관련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 도입한 지 3년 만인 2027년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JW중외제약도 지난 8일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간앤리)로부터 ‘보팡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독점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500만 달러)과 단계별 마일스톤(7610만 달러)을 합쳐 총 8110만 달러(약 1200억원)다. 회사 측은 "국내에서 연내 임상에 진입하고 2028년에 중국 내 출시가 가능하리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이 국산 비만약 개발을 선도해 온 한미약품의 턱 밑까지 따라잡은 모양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신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허가 심사를 받는 중이며 올해 말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두 회사의 물질 도입에 대해 신약 개발업계 관계자는 “1개의 물질을 발굴해 임상 1상 진입까지 끌고 가려면 300억~400억원의 비용이 든다”며 “따라서 임상 2상까지 마친 물질을 500억~600억원에 가져오는 것은 과한 비용을 치른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자체 개발과 달리 개발 지역이 제한되고 수익도 나눠야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실적 개선을 이끌 품목이 필요한 기업에게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는 달리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 2015년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 수출된 뒤 한미약품이 2020년 권리를 반환받은 물질이다.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당뇨 적응증과 관련한 여러 건의 임상 3상을 수행했고, 계약에 따라 한미약품이 매년 약 200억~300억원의 개발 분담금을 부담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사 도입 물질 모두 ‘마운자로’ 보다 효능 뒤져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의 과제는 중국에서 도입한 물질들이 효능 측면에서 시장을 선점한 약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HK이노엔의 에크노글루타이드가 임상 3상에서 보인 평균 체중 감소율은 15.1%였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그 수치가 9.75%로 분석됐으며, 보팡글루타이드는 임상 2상 기준 평균 체중 감소율이 17.29%로 나타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시판된 약물 중 체중 감소율이 20~22%로 가장 높은 마운자로보다 뒤지는 상황이다.
다만 용법 측면에서 보팡글루타이드가 다소 강점을 보이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에크노글루타이드,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은 모두 주1회 투약하는 방식이다. 반면 보팡글루타이드는 2주에 한 번 투약하는 용법으로 개발되고 있다.
제약사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체중 감소율이 가장 중요한 약물 선택 기준”이라며 “지금까지 도출된 데이터로 보면 국내 기업이 확보한 물질의 효능이 마운자로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경구 비만약의 글로벌 출시도 가속화하는 만큼 판매망 확대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