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80대에 ‘이렇게’ 걷는 사람들…인지장애 위험 낮았다

80세 이상 ‘수퍼 무버’, 인지장애 발생 위험 51% 낮아…빠른 보행은 뇌·신체 건강 반영하는 지표

80세가 넘어서도 또래보다 유난히 빠르게 걷는 노인은 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80세가 넘어서도 또래보다 유난히 빠르게 걷는 노인은 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뇌에서 치매와 관련된 병리 변화가 비슷하게 관찰되더라도 인지기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는 80세 이상 고령자의 보행 속도와 인지 노화, 뇌 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Cognitive Aging and Brain Health: A Comparison of Super Movers vs Nonsuper Mover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또래보다 월등히 빨리 걷는 ‘슈퍼 무버’

연구진은 80세 이상이면서 보행 속도가 연령 및 성별에 따른 평균보다 1.5표준편차 이상 빠른 사람을 ‘슈퍼 무버(super movers)’로 분류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고령자 가운데 약 6~10%가 슈퍼 무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의 보행 속도는 자신보다 약 30세 젊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슈퍼 무버는 기존 연구에서도 만성질환이 적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우울 증상이 적은 경향을 보였다. 생물학적 나이 역시 또래보다 젊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이러한 뛰어난 이동 능력이 인지 노화 및 뇌 건강과도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

슈퍼 무버, 인지장애 발생 위험 51% 낮아

연구진은 미국의 건강·은퇴연구 국제 네트워크(HRS-INS)에 속한 5개 연구에 참여한 80세 이상 노인 3989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시작 당시 알츠하이머병이나 치매가 있는 사람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기준 시점에 이미 인지장애가 확인된 274명 또한 새로운 인지장애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3.4~5.4년에 걸친 추적 관찰 결과, 슈퍼 무버의 새로운 인지장애 발생 위험은 일반 고령자보다 5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별도로 197명의 고령자 자료를 활용해 인지기능 저하 및 뇌 건강도 추가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 슈퍼 무버는 기억력뿐 아니라 기억력 외 다른 인지기능의 저하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렸다. 기억 형성에 중요한 뇌 부위인 해마의 일부 영역에서도 용적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고령자 692명의 자료에서는 치매 관련 뇌 병리와 인지기능 사이의 흥미로운 차이가 확인됐다. 슈퍼 무버는 생전 인지기능이 더 좋았으며,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유병률도 낮았다. 그러나 사후 뇌 조직에서 확인한 치매 관련 병리 측면에서는 슈퍼 무버와 일반 고령자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뇌에 치매 관련 병리 변화가 존재하더라도 슈퍼 무버는 상대적으로 인지기능을 더 잘 유지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를 이끈 미국 스토니브룩대 르네상스의대 신경학과 조 베르게스 교수는 “슈퍼 무버는 노화와 관련된 뇌 변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인지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회복탄력성 기제를 지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이러한 요인을 이해하면 건강한 뇌 노화를 촉진할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걸음, 여러 신체 부위 건강 종합적으로 반영

연구진은 보행 속도가 뇌와 근육, 심장, 대사 기능, 신경계 등 신체 여러 곳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전반적인 신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이 이동 능력과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신체활동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염증을 줄이는 등 다양한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뇌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빠른 보행이 뇌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빨리 걸으면 치매 예방?”, 단정은 금물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만으로 ‘빨리 걸으면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빠른 보행 속도와 인지 건강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했지만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건강한 뇌와 신체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일 가능성도 있다.

베르게스 교수는 “중요한 메시지는 이동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화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라며 “고령자도 훈련을 통해 보행 속도를 안전하게 개선할 수 있지만 점진적으로 운동량을 늘려야 하며, 건강상 문제가 있다면 의료진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97만명, 꾸준한 신체활동 중요

국내에서도 고령층의 인지 건강 관리는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보건복지부가 2025년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국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약 97만명으로, 추정 치매 유병률은 9%가 넘는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노년기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습관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운동은 심혈관 건강을 개선하고 뇌 혈류와 전반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150~300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근력운동은 주 2회 이상, 낙상 예방과 평형감각 유지를 위한 평형성 운동은 주 3일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만성질환 등으로 권장 수준의 운동이 어려운 경우 개인의 신체조건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만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진이 지적한 것처럼, 이번 연구 결과를 고령자가 무리해서 걷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도 걷는 능력과 근력, 균형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평소보다 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거나 걷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단순한 노화로 여기기보다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슈퍼 무버란 무엇인가요?
A. 8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보행 속도가 연령과 성별에 따른 평균보다 1.5표준편차 이상 빠른 사람을 말합니다. 같은 연령대와 성별의 또래보다 두드러지게 빠르게 걷는 고령자입니다.

Q2. 빨리 걸으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만으로 빠르게 걷는 것이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를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연구에서는 슈퍼 무버의 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일반 고령자보다 51% 낮았지만,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빠른 보행 능력이 전반적으로 건강한 뇌와 신체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Q3. 고령자는 뇌 건강을 위해 얼마나 운동해야 하나요?
A.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150~300분 하도록 권고합니다. 근력운동은 주 2회 이상, 평형감각 유지와 낙상 예방을 위한 평형성 운동은 주 3일 이상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성질환 등으로 권장 수준의 유산소 신체활동이 어렵다면 개인의 신체 조건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만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