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8일 (수)

다발성경화증약이 신장약으로... 큐라클, ‘약물 재창출’ 성공할까

임상 2b상 성공… 기술이전 통한 3상·용도 특허 확보 나서

사진=큐라클, 제미나이

‘약물 재창출’ 기법이 과연 마법을 발휘할 것인가. 신약 개발 전문 기업 큐라클이 기존에 사용하던 치료제에서 새로운 치료 효과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개발 중인 신장병 신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큐라클은 최근 해당 후보 물질인 ‘CU01’에 대한 임상 2b상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기술수출을 통한 후속 임상 등 상용화를 위한 개발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바이오젠 제품에서, 신장병 치료 가능성 확인

지난 3일 큐라클은 CU01의 당뇨병성 신증 관련 국내 임상 2b상에 대한 성공적인 최종 결과보고서(CSR)를 받아들었다.

경구용 저분자물질인 CU01의 성분은 ‘디메틸푸마르산염’이다. 이 물질은 옛 독일 화학자가 발견한 것인데, 지난 1994년 스위스 푸마팜이 이를 건선치료제로 개발해 시판했다. 2006년 푸마팜을 인수한 미국 바이오젠은 이 약물을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개발하는 데 성공해 2013년 ‘텍피데라’를 출시했다. 이후 2020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법원이 해당 성분의 물질특허를 무효화하면서 제네릭(복제약)과 약물 재창출의 길이 열리게 됐다.

큐라클은 약물재창출 방식을 적용, 디메틸푸마르산염을 새로운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약물재창출은 기존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치료 효과가 있는 질환)을 찾아내는 개발 전략을 의미한다. 바르는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이 약물재창출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였는데, 다모증 부작용이 발견된 뒤 약물재창출을 통해 탈모 치료제로 개발됐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들지만, 약물재창출은 이미 검증된 데이터를 활용하므로 성공 확률이 높고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큐라클 측은 “자체 연구를 통해 염증과 섬유화를 동반하면서 신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당뇨병성 신증 치료에 디메틸푸마르산염이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임상 2b상을 통해 우리가 세웠던 가설의 근거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임상 2b상 CSR에 따르면 1차 평가 지표인 투약 24주 시점의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은 위약군에 비해 용량 별로 21~22%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uACR은 ‘소변 내 단백질 비율’을 의미하며 신장 손상을 평가할 때 쓰이는 지표다.

다만 2차 평가 지표인 사구체 여과율(eGFR) 변화량에선 위약군 대비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대신 CU01 저용량군과 고용량군 모두에서 기저치(투약 시점) 대비 eGFR이 유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큐라클은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eGFR이 떨어진다. 시판된 어떤 치료제도 이 지표에서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CU01을 통해 eGFR이 유지되는 경향성을 보인 것도 의미있는 데이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사와 기술수출 논의”

큐라클은 CU01의 후속 임상 3상에서 2년 이상 장기 효능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큐라클 관계자는 “지난해 보령과 CU01의 국내 개발 관련 업무협약(MOU)을 맺은 적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국내 유수의 기업과 CU01의 후속 3상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또는 기술수출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큐라클은 디메르푸마르산염에 대한 신규 용도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지난 1월과 3월에 출원했다. 특정 질환에 대한 용도 특허가 등록될 경우 약 20년간 독점적 권리를 누리게 된다.

이 관계자는 “약물 재창출로 개발 기간을 앞당기고 있는 만큼 일반 신약 개발에 비해 시판 이후 실질적 독점 기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갈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제특허(PCT) 출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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