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발떨림·서동증(행동 느려짐)·경직·보행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병, 운동·감각·균형 장애를 일으키는 다발성경화증, 기억력·인지·언어·판단력 장애가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 이들 병의 공통점은 신체를 움직이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운동능력 장애 때문에 바깥 나들이는 물론 집안 일상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기가 쉽다.
탱고로 파킨슨병 환자 움직임 개선
이에 따라 정신적·신체적인 활동으로 이들 병에 걸린 환자의 움직임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다각도로 벌어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무용·동작치료(DMT)의 활용이다. NYT는 ‘탱고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가(How Tango Is Helping Parkinson’s Patients)’라는 기사를 통해 아르헨티나에서 이 나라의 국민 춤 탱고가 DMT의 하나로 활용되는 상황을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모스 메히아 병원에선 매주 한 차례씩 10여 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모여 탱고 동작을 활용한 춤을 춘다. 이를 통해 신체 균형 감각을 키우고, 경직을 풀며, 집단 움직임을 통해 심리적 안정성과 협동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탱고 프로그램 운영을 주도하는 신경과 전문의 넬리다 가레토 박사는 “약 15년 전 한 환자가 탱고를 통해 이동성을 키워 보행 장애를 개선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탱고 치료를 개발했다”고 NYT에 밝혔다. 가레토 박사는 탱고는 운동 능력과 시각, 청각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추면 일상생활 수행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탱고 특유의 스텝과 동작, 운동능력 개선에 활용

또 다른 신경과 전문의 아라카키 토모코 박사는 “파킨슨병 환자는 걷다가 멈춘 뒤 다시 걷기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탱고의 느리고 짧은 움직임-멈춤 동작을 연습하면 운동능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자이자 무용치료 연구원인 데보라 라비노비치는 “탱고 동작 중 상당수가 뒤로 걷는 동작”이라며 “이는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기 쉬운 파킨슨병 환자의 집중도를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탱고 동작 중 춤추는 사람의 발이 파트너의 발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가 잠시 멈추는 ‘상구치토(샌드위치란 뜻)’는 파킨슨병 환자가 몸을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돕는다. 한 발에서 다른 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탱고의 기본 요소는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턱을 넘거나 문턱을 지나는 동작에서 활용할 수 있다. 탱고의 옆걸음 동작은 냉장고 문을 여는 데, 몸통 회전 동작은 설거지하면서 몸을 돌리는 데 각각 적용될 수 있다.
무용·동작 치료, 다양한 질병 개선에 활용
탱고 등을 이용한 무용·동작 치료는 NYT가 보도한 파킨슨병은 물론 다발성 경화증과 알츠하이머병, 그리고 심리적 문제에서도 환자의 움직임과 질병 개선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프랑스 브장송의 루랑슈콩테대학 심리학 연구소의 크리스탈 토마셰프스키 박사는 무용과 정신·신체 건강과 관련한 119개의 논문을 검토한 결과 “무용 치료는 심리적·신체적 증상을 모두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외상의 치료적 관리에 유망한 접근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7월 10일자 유럽 정신외상학회지에 게재한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성인에게 무용치료가 미치는 영향: 체계적 문헌고찰(Impact of dance therapy on adults with psychological trauma: a systematic review)’이라는 논문에서다.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의 마이클 노텔 교수는 “운동이 심리 치료 및 항우울제와 함께 우울증의 핵심 치료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2024년 2월 세계적 의학학술지 ‘브리티시 의학저널(BMJ)’에 발표했다. ‘우울증에 대한 운동의 효과: 무작위 대조 시험에 대한 체계적 검토 및 네트워크 메타 분석(Effect of exercise for depression: systematic review and network meta-analysis of randomised controlled trials)’이라는 논문이다. 노텔 교수는 모두 1만4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218개의 개별 연구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모아서 분석했다는 의미의 ‘메타분석’ 연구다.
이 연구는 춤이 다른 일반적인 운동보다 우울증 증상 완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은 걷기나 요가, 심지어 우울증에 대한 표준 치료법보다 증상 완화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미국무용치료협회(ADTA)는 홈페이지에서 무용·동작치료(DMT)를 ‘개인의 정서적·사회적·인지적·신체적 통합을 촉진해 건강과 웰빙을 증진하기 위한 심리치료적 수단으로 움직임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