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가장 흔히 쓰이는 ‘알파차단제’가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응급 안질환인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발생 위험을 52%나 높인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약을 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한 환자는 단기 복용 환자보다 발생률이 약 2.7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팀(한림대성심병원 백성욱 교수)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구축된 총 3만450명 규모의 환자를 분석해 알파차단제 사용과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병의 연관성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안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전립선비대증의 1차 치료제로 널리 처방되는 알파차단제는 전립선 평활근을 이완시켜 소변 흐름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약물은 눈의 홍채 근육에도 작용해 동공을 이완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작용이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눈 안의 방수 배출구가 갑자기 막히면서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안과 응급 질환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시신경 손상과 실명을 초래할 수 있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알파차단제가 녹내장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를 입증할 대규모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기 위해 먼저 2002년부터 2022년까지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전립선비대증 치료용 알파차단제 사용자 및 비사용자 총 300만 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들 중 여성, 건강검진 미수검자, 결측 데이터 등을 제외한 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한 5075명을 우선 선별했다. 이후 이들과 연령·체질량지수(BMI)·기저질환 등 조건이 일치하는 대조군(미발생군) 2만5375명을 추출해 총 3만450명 규모의 코호트를 구축했다.
이들을 분석한 결과 알파차단제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급성 폐쇄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52% 더 높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복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도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이 약 100만 명의 알파차단제 사용자를 누적 투약일수에 따라 ▲단기(23일 이하) ▲중기(24~202일) ▲장기(203일 이상)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장기 복용군의 녹내장 발생률은 0.41%로, 단기 복용군(0.15%)의 약 2.7배에 달했다.
연구팀은 해부학적으로 좁은 전방각을 가진 고위험군에게 알파차단제를 처방할 때는 안과적 위험에 대한 사전 상담과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 복용 환자에게는 ‘예방적 레이저 홍채절개술’을 시행하거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등 다른 계열의 약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국 규모 인구 기반 코호트에서 알파차단제와 급성 폐쇄각 녹내장 위험의 연관성 및 용량-반응 관계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따라서 고위험군 환자는 전립선비대증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 전이나 장기 복용 중에 안과적 평가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환자 안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