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아 하나가 빠진 뒤에도 치과 방문을 미루는 사람이 적지 않다. 비용 부담이나 치료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다른 치아로 음식을 어느 정도 씹을 수 있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앞니보다 어금니가 빠지는 일이 흔하다. 씹는 기능을 담당하는 치아가 없더라도 식사가 당장 가능하다면 치료를 늦추기 쉽다.
그런데 치과와 뇌과학 연구자들은 최근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치아가 빠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뇌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빠진 치아 방치, 인지 기능 위험
이 질문에 답하는 대규모 연구가 올해 1월 구강 재활 분야 국제 학술지《Journal of Oral Rehabilitation》(구강 재활 분야 학술지)에 발표됐다. 홍콩대 치의학대학의 후이민 첸 연구팀은 치아 상태와 인지 기능의 관계를 장기간 추적한 21개 종단 코호트 연구를 모아 메타연구(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다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분석 대상은 총 3574만 명에 이른다.
종단 코호트 연구는 같은 집단을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이뤄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건강 상태와 생활 요인이 질병 발생과 어떤 관련을 보이는지 비교적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역학 연구에서 신뢰도가 높은 연구 설계로 평가된다.
치아 개수 감소, 치매 위험 증가
분석 결과는 분명했다. 치아를 잃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26% 높았다. 경도인지장애 위험은 40%까지 증가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또래보다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치매로 진행할 수 있다.
연구에서는 특히 남아 있는 치아 개수가 줄어들수록 위험이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치아 상실이 인지 기능 저하와 관련된 중요한 위험 요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아일랜드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치아 개수 감소와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퀸스대학교 벨파스트의 도미닉 파르시와 버나뎃 맥기니스 연구팀이 남성 642명을 약 15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연구에서는 치주염 자체보다 남아 있는 치아 수 감소가 경도인지장애및 치매 발생 위험과 더 뚜렷한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씹는 기능 약화, 뇌 자극 저하
연구자들은 치아 상실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저작(咀嚼) 기능 약화를 꼽는다.
음식을 씹는 과정은 턱과 치아, 근육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감각 신호를 뇌로 전달한다. 이런 자극이 줄어들면 기억 형성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된다. 해마는 알츠하이머병에서 비교적 초기부터 변화가 나타나는 뇌 부위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경로는 식습관 변화다. 치아가 줄어들면 단단한 음식 섭취가 어려워지고 채소나 견과류 같은 식품 섭취도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식습관 변화가 장기적으로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잇몸 세균, 뇌 침투 경로
치아가 빠지기 전 단계인 잇몸 질환에서도 이미 경고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치주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인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는 혈류를 통해 뇌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혈액과 뇌 사이에는 외부 물질을 차단하는 보호 장벽이 존재하지만 일부 세균이나 독소는 이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 이 세균의 독소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입안의 염증이 단순한 치과 문제를 넘어 전신 건강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치아의 날 80주년…구강보건의 날 의미
매년 3월 20일은 세계 구강보건의 날이다.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제정한 기념일로 건강한 성인의 치아 수 32개와 충치 0개를 상징하는 숫자 ‘32’와 ‘0’을 날짜로 표현했다.
한국에는 별도의 기념일도 있다. 6월 9일 ‘치아의 날’(구강보건의 날)이다. 어린이의 첫 영구치인 어금니가 나오는 시기인 6세의 6과 어금니(臼齒, 구치)의 ‘구’를 숫자 9로 변환시켜 만든 날짜다. 이 기념일은 1946년 조선치과의사회가 제정했으며 올해로 80주년을 맞는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구강 관리가 인지 기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충고한다. 하루 두 번 이상 칫솔질과 치실 사용,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권장되는 이유다. 이미 치아를 잃었다면 씹는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 구강보건의 날이 강조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치아를 지키는 일이 단순한 구강 관리가 아니라 노년의 인지 기능과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치아 건강과 치매 Q&A]
Q1. 치아가 몇 개 빠지면 치매 위험이 커지나요?
A1. 치아 상실 개수가 많을수록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치아를 20개 이상 잃은 경우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합니다. 가능한 한 자연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빠진 경우 보철 치료를 통해 씹는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2. 잇몸이 자주 붓고 피가 나는데 치매와 관련 있나요?
A2. 잇몸 출혈은 치주염의 초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 중증 치주염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최대 6.87배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다만 중등도 이하 치주염에서는 같은 수준의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잇몸이 자주 붓거나 피가 난다면 초기 단계에서 치과 진료를 받아 염증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3. 틀니를 끼면 치매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나요?
A3. 치아를 잃었더라도 보철 치료로 씹는 기능을 회복한 경우 치매 위험 증가가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씹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각 자극이 뇌 활동과 관련된 신경 회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임플란트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기능 회복 측면의 이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