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드랑이에 난 농양을 제거한 후 감염이 악화돼 결국 패혈증으로 숨진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검시 결과, 병원에서 감염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항생제가 투여되지 않은 것이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됐다. 이에 유족은 현재 병원 측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남런던 크로이던에 살던 33세 알레이샤 로체스터는 2023년 8월 5일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농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는 피부에 반복적으로 농양이 생기는 화농성 한선염을 앓고 있었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의 모낭과 땀샘 주변에 만성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피부 질환이다. 피부 아래에 통증이 있는 결절이나 농양이 생기고 고름이 차거나 피부가 터지면서 흉터와 터널 모양의 병변이 남을 수 있다.
알레이샤는 수술 후 며칠 뒤 왼쪽 겨드랑이 수술 부위에 감염이 발생했고, 발열과 통증이 악화되면서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았다.
8월 13일 야간 진료에서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를 처방받았고 같은 날 응급실에서도 상처 감염 진단을 받았지만 기존 항생제를 계속 복용하라는 안내만 받고 귀가했다.
다음 날 다른 병원 응급실에서 항생제를 정맥 주사로 투여받았으나 이후 처방된 항생제 조합은 병원의 항균제 지침과 맞지 않았다. 감염 원인으로 추정되는 그람양성균에 충분히 효과적인 약물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지침에 맞는 항생제가 투여됐지만 상태는 이미 악화된 뒤였다. 그는 패혈성 쇼크와 다발성 장기부전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집중 치료에도 불구하고 8월 19일 심정지로 숨졌다.
이번 사건의 검시를 맡은 보조 검시관 시안 리브스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항생제가 제때 투여됐다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본적인 의료 처치 지연이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공식 밝혔다.
항생제 처방…균 맞지 않으면 치료 실패 위험 커져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약물로, 감염 원인균의 종류와 감염 부위, 환자의 전신 상태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등 주요 보건기관은 감염 의심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할 때 가능한 한 원인균을 추정하거나 확인한 뒤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를 ‘적정 항생제 치료’라고 하며, 초기 치료 단계에서 올바른 항생제를 선택하는 것이 치료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항생제 처방 과정에서는 감염 원인균의 특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가령, 피부와 연조직 감염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과 같은 그람양성균이 주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해당 균에 효과적인 항생제를 선택해야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감염 원인균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항생제 처방은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감염이 진행되면 패혈증, 패혈성 쇼크나 다발성 장기부전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패혈증은 세균 감염에 대한 인체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전신 염증 반응과 장기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상태다. ⟪란셋(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900만 건의 패혈증이 발생하며 이 중 약 11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패혈증 치료의 핵심은 감염원 제거와 함께 가능한 한 빠르게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국제 패혈증 치료 지침인 ‘패혈증 생존 캠페인'에 따르면 패혈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가능한 한 1시간 이내에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할 것이 권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