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힘들기도 하고 어렵습니다. 부모도 대부분 처음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게 당연하지요.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으세요. 보호자는 자신의 아이만을 보지만 전문의는 다양한 아이들을 보기 때문에 기꺼이 도와드릴 수 있어요. 사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보람차고 즐거운 일이기에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어요. 또 아이를 너무 완벽히 키우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어도 스스로 잘 큰답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각각 다른 성향과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 건강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일이 없게 하고, 부모가 긍정적 마음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게 하는 조력자”면서 “아이가 아플 때 혼자서 끙끙 앓거나 유튜브의 과장된 정보에 현혹되기 보다는 주위의 소아과 전문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전문의가 육아의 벗이 될 것이기에 함께 건강법을 찾으면 되고, 만약 극소수 이런 역할에 무성의한 의사를 만난다면 아이가 클 때까지 함께 할 주치의를 찾아서 의지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치료한 환자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삶의 보람이라는 정 이사장에게 아이 키울 때 궁금한 점에 대해서 물었다.
-많은 부모가 육아 중 많이 고민하는 것이 아이에게서 열이 날 때이다. 부모 대부분은 일단 해열제부터 찾을 건데….
“발열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아파서 열이 난다’는 것이고 ‘38도가 넘으면 무조건 해열제를 먹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다. 정확히 말해서 열은 우리 몸이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고 있다는 면역반응의 신호다. 중요한 건 ‘체온계의 숫자’가 아니라 ‘아이의 컨디션’이다. 38.5도라도 아이가 평소처럼 잘 놀고 물도 잘 마신다면 해열제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열이 나도 아이가 잘 잔다면 억지로 깨워 해열제를 먹일 필요는 없다. 해열제의 목적은 ‘체온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통증과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이다. 열이 나면 탈수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자주 먹이고 편안하게 쉬도록 해주는 게 좋다. 반대로 37.8도라도 아이가 축 처지거나 신음소리를 내며 힘들어한다면 즉시 복용이 필요하다. 물론, 3개월 미만 아기가 38도가 넘거나, 열이 나면서 5분 이상 경련하면 곧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어떤 부모는 몇십 분마다 열을 재는데 3~4시간 마다 체온을 기록하면 충분하다.”
-방금 전 3개월 미만의 영아에게서 열이 날 때 응급실에 가야 하는 기준을 말했는데, 그 이상 아이가 병원에 가야 할 때는?
“해열제를 먹였여도 1시간 뒤에 하나도 떨어지지 않을 때, 4~5일 이상 열이 나고 아이가 축 늘어져 활기가 없을 때, 발열 시간은 짧아도 7일 이상 계속될 때, 5분 이상 경련을 하거나 의식이 혼미할 때다. 특별한 다른 증상 없이 열이 지속되면 응급실을 찾는 것보다 낮 시간에 단골 소아청소년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편식하는 아이 때문에 전쟁을 치르는 부모가 많다. 영양 불균형,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영양학적으로 완벽한 식단표에 집착하지 말라. 아이들은 특정 시기에 특정 음식만 고집하는 ‘푸드 네오포비아(새로운 음식에 대한 공포)’ 시기를 겪기도 한다. 억지로 먹이면 식사 시간 자체가 스트레스가 돼 소화 흡수율을 떨어뜨린다. 한두 끼 영양 불균형이 온다고 해서 아이 성장이 멈추지는 않는다. 대신 부모님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델링’이 중요하다. 또한, 키 성장을 위해 칼슘만 강조하는데, 사실 비타민 D와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동반돼야 뼈가 튼튼하게 자란다.”
-어린이 영양제 광고가 넘치는데, 꼭 먹여야 하나?
“식사로 영양을 충분히 채운다면 굳이 영양제를 먹일 필요는 없다. 다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야외 활동 부족으로 비타민 D 결핍이 흔하다. 비타민 D는 면역력과도 직결되므로 전문의와 상의하고 보충해 주는 것을 권한다. 과도한 영양제 섭취는 오히려 신장이나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남들이 좋다는 것’을 따라 사기보다는 우리 아이의 혈액 검사 결과나 성장 곡선을 바탕으로 아이 건강법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아이들병원은 마음튼튼센터를 운영하며 아이들 마음에 신경 쓰는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이의 스트레스는 어른과 증상과 대처법이 어떻게 다른가?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겪으며 다른 병과 연결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나 지금 스트레스 받아’라고 말하는 대신 몸으로 말한다. 이유 없는 복통, 두통, 야뇨증(밤에 소변을 가리지 못함), 혹은 갑작스러운 짜증과 공격성이 신호이다. 특히 신학기나 이사, 동생 출생 등의 변화는 아이에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준다. 이때 부모님이 ‘엄살 부리지 마!’라고 하면 아이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아이의 신체 증상이 의학적으로 원인이 명확지 않다면, 최근 아이의 환경에 변화가 없었는지 세밀하게 살펴야 하고 소아과 전문의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 이사장은 전공의 때 ‘신장학’과 관련, 석사와 박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의 신장 건강은 어른에 비해 덜 주목받는 것 같은데, 주의해야 할 증상은?
“신장은 80% 이상 망가지기 전까지 신호를 보내지 않아서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소아 신장 질환의 가장 흔한 징후는 소변의 변화이다. 소변에 거품이 유난히 많이 나거나(단백뇨), 색깔이 콜라색이나 선홍색(혈뇨)일 때, 혹은 눈 주위나 발등이 부으면 즉시 검사해야 한다. 특히 아이가 또래보다 성장이 지나치게 느리거나 만성 피로를 느낀다면 신장 기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아이의 신장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저염식’이다. 요즘 아이들은 가공식품과 배달 음식에 일찍 노출되면서 나트륨 섭취량이 매우 높다. 과도한 나트륨은 신장의 여과 기능을 혹사시킨다. 또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을 길러주는 게 좋다. 적절한 수분 공급은 요로감염을 예방하고 신장의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소아 비만은 신장 질환의 위험을 높이므로 체중 관리도 필수적이다.”
정 이사장은 “아이 건강을 지키는 주연은 부모이고 의사는 조연”이라고 말한다..
“의사는 아이를 잠시 보지만, 부모는 24시간 아이를 봅니다. 최고의 의사는 부모의 관찰력에서 시작하지요. 아이의 변 색깔, 잠버릇, 평소보다 조금 붉어진 안색 등을 예민하게 살피되, 불안에 떨지는 않도록 합시다. 우리아이들병원이 추구하는 목표도 같아요. 부모님의 불안을 덜어주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지요. ‘슬기로운 육아’는 완벽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임을 기억하도록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