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일라이릴이의 비만약 ‘젭바운드’가 동종 계열 선두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지난해 글로벌 매출 집계에서 경쟁약인 ‘위고비’를 따돌렸고,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시도한 위고비 복합제제 역시 젭바운드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에 한미약품과 셀트리온 등 국내 후발 주자들은 이중 작용제인 젭바운드를 넘어설 다중 작용 신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국내 제품명 마운자로)가 글로벌 비만 시장에서 매출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이달 초 릴리는 젭바운드의 지난해 매출이 135억4500만 달러(약 19조32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달 23일(현지시간)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의 지난해 매출이 791억 덴마크 크로네(약 17조8400억원)로 분석됐다고 했다.
주 1회 투약하는 용법의 젭바운드와 위고비 등은 글로벌 비만 시장에서 9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등장한 약물은 미국 기준 2021년에 승인된 위고비였다. 젭바운드는 2023년 11월에 미국에서 승인됐다. 젭바운드 매출은 2024년 출시국이 확대되면서 위고비를 따라잡기 시작했고, 연간 매출로는 2025년 처음 위고비를 넘어섰다.
위고비는 ‘글쿠카곤유사펩타이드(GLP)-1’ 단일 작용제이며 국내에서도 같은 제품명으로 공급되고 있다. 반면 젭바운드는 GLP-1과 ‘글루코오스 의존성 인슐린 분비 펩타이드(GIP)’ 등 이중 작용제이며 국내에서는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시판됐다. 임상 개발 과정에서 위고비의 체중 감소율은 15~20% 내외였지만, 젭바운드는 20~26%를 기록하며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뒤늦게 출시된 릴리의 비만약이 시장성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됐고, 마운자로는 지난해 3분기부터 비만 적응증 처방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24일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위고비의 지난해 하반기 매출은 2537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마운자로는 215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당뇨 적응증 등도 마운자로라는 이름으로 처방되고 있기 때문에 공개된 자료로는 적응증 별 매출을 따로 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비만 적응증 획득 후 마운자로의 국내 매출이 급성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가 젭바운드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위고비 복합제 개발을 시도했지만, 최근 실패로 일단락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성분에 카그릴린타이드를 추가한 ‘카그리세마’의 임상 3상 결과 체중 감소율이 약 20%로 도출돼 대조군인 젭바운드 투여군(25%)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남은 허가 절차를 밟아 카그리세마를 출시하더라도 젭바운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결국 업계의 관심은 젭바운드를 잠재울 단일 성분, 다중 작용 방식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들에 쏠리고 있다.
국내 대표 주자는 한미약품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GLP-1와 GIP, 글로카곤유사펩타이드(GCG) 등 삼중 작용제 파이프라인 ‘HM15275'에 대해 미국 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일반적으로 △GLP-1은 식욕억제 △GIP는 에너지대사 △GCG는 근육 증가와 체지방 감소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약품은 HM15275에 대해 비만약의 핵심 부작용인 근손실과 요요현상 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도 비만 주사제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지난 24일 4중 작용제 방식의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 ‘CT-G32'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비만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젭바운드와 같은 이중 작용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임상 2~3상을 진행하는 기업은 많다”며 “문제는 이런 약물이 효능 측면에서 젭바운드를 넘어서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미 젭바운드의 감량 효과는 최상급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약물 만으로 30% 이상 체중 감량이 가능하다면 건강에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25%대 체중감량 효능과 함께 투약 간격이나 부작용 감소 등에서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는 3중·4중 작용제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