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신약 허가 신청을 위해 필요한 확증임상(임상) 건 수를 1건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새로 제시했다. 임상 건 수 대신 그 질적 설계에 대한 평가 체계가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기업들은 임상 설계 수준이 높아진 항암 등 주요 질환 분야에서 신약 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기존에는 신약 허가를 위해 최소 2건의 임상 결과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 1건을 기본 요건으로 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FDA가 수십 년간 고수했던 임상 건 수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기고문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 투약군과 비교되는 대조군이 부적절한 경우 △평가 지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경우 △통계적 검정 방식이 부정확한 경우 등과 같은 상황에서는 임상을 2~3건 진행해도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카리 국장은 임상 설계의 완성도를 중심으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이를 위해 동시대 대조군의 사용, 최선의 치료 방법과 비교 여부, 1차 평가 지표의 선택, 무작위 배정, 통계적 검정력 등의 요소가 조화롭게 설계돼야 하며 부족할 경우 추가 시험을 요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마카리 국장의 언급에 대해 FDA의 확정된 규정이 아니며 향후 심사 정책의 방향성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추후 공개될 공식 가이드라인 문서나 평가 사례를 통해 변화된 기조를 분명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에는 대부분의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2상과 3상 등을 차례로 거쳐야 미국에서 허가 심사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언급 이전에도 1건의 임상만으로 약물이 허가되는 경우는 있었다. 희귀 유전질환이나 난치성 질환 등 치료 옵션이 부족한 경우였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처럼 유전자 변형 세포치료제로 분류되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T 치료 신약들은 임상 1/2상에서 효능을 입증한 하나의 결과만으로 가속승인된 바 있다. 대신 정식 승인을 위해서는 그 효용성을 재입증해야 했다.
항암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원인과 분석 방법이 정립된 항암이나 비만 등 주요 질환 신약들은 충분히 완성된 임상 설계가 업계에서 보편화됐다”며 “이번 기조가 관철되면 관련 후보물질의 미국 내 상업화 절차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FDA가 모든 질환에 대해 단일한 방침을 적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복합 원인을 가진 질환에 대해 FDA는 여러 건의 대규모 임상 3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일례로 미국의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객관적인 징후(2건)’와 ‘주관적인 증상(2건)’을 분석한 임상 3상 총 4건을 수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복합적인 원인과 증상에 대해 여러 평가 요소를 반복적으로 검증해 약물을 시판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한올바이오파마는 자체 안구건조증 신약 후보 물질 ‘HL036'에 대해 징후와 증상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임상 1건(프로젝트명 벨로스-4)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후 징후와 증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임상 1건을 추가로 수행할 예정이다. 총 2건의 임상만으로 4건을 수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신약 개발 업체 관계자는 “질환별 신약 가이드라인이 다르고 최근 등장하는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의 경우 그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임상을 1건만 수행해도 된다는 기조는 환영하지만 모든 신약 개발 기업이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FDA 기준에 맞는 최적의 임상을 설계해 설득하려면 각 기업이 FDA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