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성 폐질환을 앓은 적 있다면 설령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폐암을 조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흡연은 폐암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지만, 최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새롭게 발생한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비흡연자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흡연 이력만으로는 폐암 발병 위험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공동 연구팀은 국내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인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2016~2020년 비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은 비흡연자 3000명과 폐에 이상이 없는 대조군 3000명을 일대일로 짝지었다. 비교 결과 비흡연자 폐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만성 폐질환의 유무’로 확인됐다.
흡연 경험이 전혀 없는 환자라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결핵 등 폐 관련 질환을 앓았던 환자는 폐암 발병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2.9배 높았다. 특히 COPD를 앓은 환자로만 한정했을 때는 위험이 7.3배까지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폐질환자는 만성적인 염증 반응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이것이 폐암 발병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력이나 사회·경제적 요인 역시 비흡연자의 폐암 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지목됐다. 1촌 이내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 높아졌고, 형제자매가 폐암 병력이 있을 때는 54% 높아졌다. 실업 상태인 환자의 위험은 32% 증가했다.
또 비수도권 거주자의 폐암 위험은 수도권 거주자에 비해 2.81배 높았다. 지역 간 산업·환경 조건의 차이, 의료 접근성 격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지원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흡연자의 폐암은 한 가지 이유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저질환, 가족력, 사회·환경 요인 등 복합적인 배경에서 발생한다”며 “흡연자 중심의 기존 검진 체계를 넘어, 비흡연자 고위험군도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관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 역시 “비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폐 건강에 소홀하기 쉽다”며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만성 폐질환이나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과 세심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호흡기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체스트(Chest)》에 최근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