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이 39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다음 GLP-1 주자는 누가 될 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2년 뒤 GLP-1 계열 장기 지속형 신약을 출시하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이에 비해 한미약품은 올해, HK이노엔은 내년 중 국내 시장에 관련 신약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1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LP-1 계열 비만약의 매출 규모가 최근 4년 새 약 20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4일 자사가 보유한 GLP-1 비만약 2종(위고비, 삭센다) 매출이 지난해 약 19조1200억원(823억4700만 크로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릴리도 같은 날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매출이 지난해 약 19조9000억원(135억4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5%가량 증가했다고 공개했다. 이를 합산한 GLP-1 비만약 시장은 2025년 약 39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 2022년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던 유일한 GLP-1 계열 제제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였는데, 당시 매출은 2조원 수준이었다. 삭센다는 매일 1회 투약하는 GLP-1 작용제다.
이어 2022년과 2024년 각각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젭바운드의 글로벌 진출이 시작됐고, 두 약물은 주 1회 투약 편의성을 내세워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이어갔다. 실제로 2025년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매출이 전체 GLP-1 비만약 시장의 98%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경구용 GLP-1 비만약 ‘위고비 필’을 미국에서 출시했다. 릴리 역시 동종 계열의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포론’에 대한 미국 내 허가 심사를 진행 중이다. 릴리는 오포글리포론을 연내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만약 시장 진입을 위해 GLP-1 주사제를 준비해 온 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이유다.

우선 화이자는 월 1회 투여 방식의 비만 신약 후보물질 ‘PF-3944’의 2b상 임상시험 결과 24주 시점에서 10~12%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다. PF-3944는 화이자가 인수한 멧세라의 연구 자산이며, 장기 지속형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알려졌다.
크리스 보소프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같은 날 원격 컨퍼런스콜을 통해 “PF-3944와 관련해 10개의 3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2028년 첫 비만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한국 시장부터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GLP-1 단일 작용 방식을 지닌 신약 파이프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회사 측은 해당 약물을 연내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HK이노엔은 지난달 22일 기준 GLP-1 작용제 계열의 IN-B00009(성분명 에크노글루타이드)에 대한 국내 임상 3상 참여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이 약물은 2024년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현지에서 당뇨 치료제로 승인된 후보 물질을 기술도입 한 것이다. 회사는 연내 해당 물질의 비만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허가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비만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자체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한미약품은 파트너사를 찾는 과정에서 국내 개발을 직접 완수하게 됐고, HK이노엔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도입해 전략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앞당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