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극심한 통증 끝에 숨진 영국의 20세 청년의 사망 사건을 둘러싼 공식 검시가 최근 시작되면서, 당시 의료진이 치명적 감염을 시사하는 여러 ‘경고 신호’를 반복적으로 놓쳤다는 정황이 처음 공개됐다.
사망 직후에는 자연사로 분류돼 별도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부모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로 3년 만에 열린 이번 검시 첫날, 구급 서비스 책임자와 담당 의사의 증언을 통해 병원 이송 지연과 오진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철도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루크(당시 20세)는 숨지기 수일 전 인후통에 시달렸다. 그는 축구를 즐기는 건강한 청년이었다. 그가 찾은 동네 일반의는 편도염이라고 진단하고 항생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이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그는 극심한 하체 통증을 느꼈고 걷기조차 힘들어지게 됐다.
그해 1월 20일, 야간 진료를 담당한 당직 의사는 화상 진료를 통해 루크를 좌골신경통으로 진단하고 소염진통제 나프록센(naproxen)을 처방했다. 불과 12시간 뒤, 너무도 아파하는 그를 보고 가족이 응급상황실에 신고했으나, 구급대는 병원 이송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해 루크를 자택에 머물도록 했다.
상태는 계속 나빠져 이틀 뒤 통증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그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다음 날인 2023년 1월 23일 병원에서 숨졌다. 부검 결과, 사인은 패혈증, 레미에르 증후군, 괴사성 근막염의 복합 감염으로 확인됐다.
병원 이송 지연되고 오진 가능성으로 치료 놓친 것이 결정타
이번 검시 첫날, 구급 서비스 책임자와 담당 의사의 증언을 통해 병원 이송 지연과 오진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구급서비스(EMAS)의 환자안전 책임자는 “1월 20일 당시 루크는 반드시 병원으로 이송됐어야 했다”며 “집에 남으라는 판단은 명백한 오류”라고 증언했다.
검시 기록에 따르면, 구급대 도착 당시 루크는 심한 통증으로 스스로 움직이지 못했으며, 고열, 빈맥, 짙은 색 소변, 고혈당 등 다수의 중증 감염 의심 소견을 보였다. 특히 당뇨병 병력이 없는 상태에서 혈당 수치가 16으로 측정돼, 자동 응급실 이송 기준치인 17에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책임자는 “혈당 수치가 가장 분명한 위험 신호였다”며 “통증 점수 역시 10점 만점에 9점으로, 즉시 병원 이송이 필요한 ‘적색’ 단계였음에도 ‘주의’ 단계로 분류돼 이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 좌골신경통으로 보기에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좌골신경통으로 진단한 당직 의사는 화상으로 출석해, 영상 진료 당시 괴사성 근막염이나 중증 감염을 의심할 만한 피부 발진이나 변색 등 명확한 외형적 징후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편도염 증상은 항생제 치료 후 호전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추가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시를 주재한 부검시관은 이번 사건이 여러 의료 접점에서 반복적으로 위험 신호가 간과된 사례라며, 향후 유사 사건 예방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시는 사흘간 진행될 예정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나 근육통과 비슷, 진행 속도 매우 빨라 주의
루크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된 괴사성 근막염, 레미에르 증후군, 패혈증은 모두 초기 증상이 비교적 비특이적이다. 모두 초기에는 감기나 근육통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감염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괴사성 근막염= 괴사성 근막염은 흔히 ‘살 파먹는 병’으로 불리는 치명적인 세균 감염으로, 피부와 근막을 따라 매우 빠르게 확산되며 조직 괴사를 일으킨다. 상처나 미세한 피부 손상을 통해 세균이 침투한 뒤 수시간~수일 내 급격히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극심한 국소 통증과 부종, 고열 등이 나타나며, 통증의 강도가 외형적 병변에 비해 유난히 심한 것이 전형적인 경고 신호다. 치료가 지연되면 패혈증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빠르게 악화돼 치명률이 20~40%에 이른다. 신속한 외과적 절제술과 고용량 항생제 치료가 생존의 핵심이다.
레미에르 증후군=레미에르 증후군은 인후염이나 편도염 이후 세균이 혈류로 침투해 경정맥 혈전증과 전신 패혈증을 유발하는 드문 감염 질환이다.
주로 건강한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 발생하며, 초기에는 단순 인후통으로 시작해 갑작스럽게 고열, 심한 전신 통증, 호흡곤란 등으로 악화된다. 폐, 간, 관절 등으로 감염이 퍼지면서 다발성 장기 침범을 일으킬 수 있다. 항생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명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패혈증= 패혈증은 감염이 혈류로 확산되며 전신 염증 반응을 일으켜 장기 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중증 응급질환이다. 초기에는 고열, 빈맥, 저혈압, 의식 저하, 소변 감소 등이 나타나며, 빠른 시간 내 쇼크 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서도 감염이 전신에 급속히 퍼지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수록 사망률이 급격히 상승하는 만큼, 조기 항생제 투여와 집중 치료가 생존을 좌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