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쇼트트랙도 왼쪽으로 도네?…인체 균형의 비밀을 찾아서

[백우진의 심신 탐구]

훈련 중인 쇼트트랙 선수들. 후미 선수들이 코너를 돌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밀라노ᆞ코르티나 동계올림픽대회가 다음달 6일 막을 올린다. 8개 종목과 16개 세부 종목에서 모두 116개의 금메달을 놓고 선수들이 기량을 겨룬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쇼트트랙 등에서 메달을 노리고 있다.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특히 긴박감이 넘치는 장면이 속출한다. 코너링 과정에서 균형을 잃은 선수가 트랙 밖 벽면에 부딪히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경기 내내 눈을 화면에서 떼지 못하게 하는 쇼트트랙.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기 전 이런 의문을 품었던 분이 계시리라. ‘그런데 왜 쇼트트랙을 비롯한 빙상 경기에서 선수들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지?’

육상 트랙에서도 선수들이 트랙의 코너를 왼쪽으로 돌며 뛴다. 육상과 빙상만이 아니다. 야구에서도 타자가 베이스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지구 자전 방향을 따른다"

그 이유를 놓고 몇 가지 설명이 나왔다. 지구 자전설, 심장 위치설, 오른손잡이설 등이다. 지구 자전설은 북극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구가 반시계방향으로 자전하고, 그래서 사람도 지구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는 것이다. 심장 위치설은 심장이 왼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왼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트랙의 코너를 도는 편이 균형 잡기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오른손잡이설은 오른손잡이는 코너를 왼쪽으로 도는 방식에 더 익숙하다고 설명한다.

이중 지구 자전설은 가장 쉽게 반박이 가능하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지만, 지구 자전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느끼지 않더라도 본능으로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의식하지 않아도 자전 방향을 본능적으로 안다면 자연 속에서 방향을 잃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지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는 관찰은 북극 위 관찰자 시점을 전제로 한다. 남극 위에서 바라볼 경우 지구는 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   

"심장이 왼쪽에 있으니, 왼쪽으로 도는 편이 편하다"

심장 위치설은 트랙을 오른쪽으로 돌면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쉽다고 설명한다.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잠시만 곰곰 생각해보자. ‘왼쪽에 치우친 심장 때문에 인체의 무게중심이 왼쪽에 기운다’는 설명을 들어본 적이 있나? 없을 것이다. 심장은 왼쪽에 있지만, 간은 오른쪽에 있다. 심장은 성인 기준 무게가 약 300g이고, 간은 1.4~1.7㎏이다. 심장이 왼쪽으로 살짝 옮긴 무게중심을 간이 바로잡는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가설은 오른손잡이설이다. 세계 인구 중 90% 정도가 오른손잡이고, 이 비율은 선수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오른손잡이는 오른발을 쓰는 게 더 편하다. 빙상에서 코너를 왼쪽으로 돌면 오른다리를 바깥에 두고 얼음을 지치면서 추진력을 얻기 쉽다. 오른팔을 치는 동작도 더 자연스럽고 힘차게 할 수 있다. 육상 경기에서도 같은 원리로 오른손잡이 선수들은 시계 반대 방향을 더 편하게 여긴다.

오른손잡이는 오른다리로 박차는 동작이 익숙해”

과거 올림픽 경기를 개최한 방식의 변화가 오른손잡이설을 뒷받침한다. 1896년 제1회 올림픽은 아테네에서 열렸다. 당시 대회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이 시계 방향으로 트랙을 달리도록 육상 경기를 운영했다. 그러자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어색하고 불편한 방식일 뿐더러 기록도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반응이 힘을 얻었다. 결국 국제육상연맹은 국제공인규정을 만들어 선수들이 트랙을 왼쪽으로 달리도록 했다.

오른손잡이는 왼다리는 보조에, 오른다리는 주요 동작에 쓴다. 이를 보여주는 쉬운 사례가 킥보드나 지구본 놀이기구다. 오른손잡이는 오른발로 땅을 차거나 굴러서 추진력을 얻는다. 육상 트랙을 회전할 때에도 원리가 비슷한 동작이 이루어진다. 왼쪽 다리는 몸을 지탱하는 가운데 오른쪽 다리가 땅을 박차며 몸을 앞으로 추진한다.

여기서 추가 의문이 나온다. 오른손잡이의 왼쪽 다리는 몸의 중심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시간이 길다. 그렇다면 오른손잡이는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근육이 더 발달하고 더 무겁지 않을까? 실제로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필자도 전에는 인바디로 근육량을 측정하면 나타나는 좌우 다리 불균형이 주로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에 따라 갈린다고 추측했다.

자주 쓰는 다리가 더 강할까, 아니면 지탱하는 다리가 더 튼튼할까?

오른손잡이의 오른다리를 ‘우세 다리’라고 부르고, 왼다리는 ‘비우세 다리’라고 부른다. 과연 오른손잡이의 비우세 다리에 근육이 더 많을까? 관련 논문(Lower Extremity Muscle Morphology in Young Athletes: An MRI-Based Analysis, Tate et al., 2006)에 따르면 ‘근육별로 다르다’가 결론이다. 비우세 다리에서 어떤 근육은 큰데, 다른 근육은 작았다. 요컨대 오른손잡이의 왼쪽 다리 근육이 더 발달한다고, 볼 수 없다. (이 논문의 가설은 우세 다리가 더 발달한다는 것이었다.) 연구는 MRI로 참가자 하지 여러 근육의 근육 부피와 단면적, 길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이 참에 자신의 왼다리와 오른다리의 근육량을 인바디로 비교해보자. 우세 다리의 근육량이 더 많은지 체크해보자.

트랙을 왼쪽으로 도는 이유를 알고 보면 동계올림픽 빙상 경기가 더 흥미로워질지 모른다. 왼손잡이는 시계 반대 방향이 불리할 텐데, 그렇다면 세계적인 빙상 선수 중에 왼손잡이의 비율이 낮을까? 이 물음은 언젠가 다음 탐구 주제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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