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얼굴에 바르고, 입술에 바르며, 눈가에 덧입히는 화장품 속 성분이 수십 년간 몸에 남아 있을 수 있다면 어떨까.
쉽게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perfluoroalkyl and polyfluoroalkyl substances)가 일부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지만, 이 물질이 인체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현재로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호주 방송 9news, 영국 뷰티화장품 전문 매체 코스메틱 비즈니스 등 보도에 따르면 FDA는 최근 3년에 걸친 조사 끝에 수백 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과학적 근거 부족으로 안전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2022년 미국 의회의 지시에 따라 진행됐다. FDA는 화장품에 사용되는 PFAS가 피부를 통해 인체에 노출될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의무화됐다. PFAS는 자연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며, 체내에 축적될 경우 암, 임신 관련 합병증, 혈중 콜레스테롤 상승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보고가 이어져 왔다.
FDA는 2025년 12월 3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총 51종의 PFAS가 1744개 화장품 처방(formula)에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물질이 실제로 인체에 안전한지, 혹은 유해한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독성학적 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PFAS에 대해 독성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 안전성에 ‘중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은 보고서 발표와 함께 공개한 성명을 통해 “독성학적 정보의 공백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한 만큼 추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FDA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환경보호청(EPA)과 협력해 PFAS와 관련된 권고 사항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연방 차원에서는 화장품에 PFAS를 첨가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FDA는 다만, 향후 과학적 근거를 통해 명확한 안전성 우려가 확인될 경우 규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PFAS의 환경적·건강학적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화장품을 통한 만성적 저용량 노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과학적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번 FDA 보고서는 PFAS를 둘러싼 규제 논의가 ‘위험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멈춰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한편, 화장품에 사용되는 PFAS는 모든 제품에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진 않지만, 지속력, 발수성, 발림성과 같은 기능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일부 기능성 화장품에서 비교적 오랜 기간 활용돼 왔다.
PFAS가 주로 사용된 화장품 유형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따. △먼저 워터프루프·롱웨어 제품으로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파운데이션처럼 땀·물·피지에 잘 지워지지 않아야 하는 제품에서 PFAS는 막을 형성해 지속력을 높인다. △둘째, 발림성과 촉감이 중요한 색조 화장품이다. PFAS는 피부 위에서 미끄럽고 균일하게 퍼지는 느낌을 만들어 고급스러운 사용감을 구현한다. △셋째, 고급 코팅·필름 형성 성분이 필요한 제품이다. 립스틱이나 틴트처럼 색이 오래 남아야 하는 제품에서 사용된 사례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성분이 소비자에게 쉽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장품 전 성분 표시에는 보통 PTFE, Perfluorooctyl Triethoxysilane, Polyperfluoroethoxymethoxy Difluoroethyl PEG Phosphate 등 화학적 명칭으로 기재돼 있어, 일반 소비자가 이를 PFAS 계열 물질로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위 연구는 PFAS의 사용 자체보다도, 화장품을 통한 저용량·만성 노출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FDA 역시 현 시점에서 해당 성분의 안전성이나 위해성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독성 연구와 노출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